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25가지 창작법
고나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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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방구석에서 스토리텔러를 자처할 수 있는 지금, 격변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들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요?


기존의 클래식한 작법서들은 대개 역사가 100년이 넘은 서구 문학이나 수십 년 전 할리우드 극장 스크린에 최적화된 이론을 다룹니다. 매주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다음 화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대한민국 웹툰·웹소설 시장의 숨 막히는 호흡을 담아내기엔 너무 아득한 이야기입니다.


막연한 환상을 깨부수고 지극히 현실적인 창작의 공구함을 건네는 책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원작자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어 온 베테랑 스토리 디자이너 고나무 저자의 신작입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14년간 치열하게 팩트를 추적하다가 실화 논픽션 작가로, 더 나아가 현대판타지 웹소설 제작사 에스판다스의 대표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로 종횡무진 활약해 온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취재 문법을 상업적 서사 구조와 결합해 온 저자는 지금 당장 시장이 반응하는 독자와 플랫폼 중심의 실전 가이드를 보여줍니다.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에서는 지금 한국 독자들이 실제 소비하는 웹소설, 웹툰, 드라마를 중심으로 왜 어떤 이야기는 끝까지 읽히고, 어떤 이야기는 첫 회에서 잊히는가를 분석합니다. 독자의 시간을 사로잡는 설계도를 만드는 책입니다.


예비 창작자들은 이야기를 떠올릴 때 특별한 영감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평범한 뉴스와 일상을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뉴스를 거꾸로 읽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은 사건을 읽지만, 작가는 사건을 해결할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이 작은 관점의 변화가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뉴스는 수없이 많습니다. 기사로는 비슷비슷하지만 영화 〈시민덕희〉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아닌 세탁소 아주머니가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는 순간, 독자는 익숙한 범죄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건보다 새로운 인물을 기억합니다. 플롯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져도 캐릭터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최근 흥행하는 콘텐츠를 보면 거대한 세계관보다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궁금증을 만드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보다 우영우라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차별성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독창성은 거대한 설정이 아니라 인물의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스토리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이를 이끌어갈 엔진인 캐릭터를 구축할 차례입니다. 시중의 작법서들은 캐릭터의 외모나 직업, 나이 같은 외적인 스펙을 채우는 데 급급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대가들의 이론과 현업 스타 작가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자가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결핍과 진짜 성격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토리 연재 도중 개연성이 무너지거나 주인공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 캐릭터의 트루 캐릭터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A4 1~3장 분량의 캐릭터 짧은 전기 쓰기는 단순한 설정 놀이가 아닙니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진우가 강력한 먼치킨으로 거듭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은 배경에는 어머니의 투병과 동생의 학비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처절한 결핍이 존재했습니다.


인물의 외적인 스펙 뒤에 숨겨진 깊은 욕망과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설계해 둘 때, 비로소 캐릭터는 작가가 억지로 쥐어짜 낸 플롯의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개척해 나가는 입체적인 존재가 됩니다.


저자는 상상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취재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고나무 작가는 기자 출신답게 인터뷰와 리서치를 창작의 핵심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의료물을 쓰려면 의사를 만나고, 형사물을 쓰려면 경찰을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AI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정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들은 표정, 말투, 망설임,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담은 데이터만으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취재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감정만큼은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 2~3회 마감이라는 거칠고 가혹한 플랫폼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덕목은 한 번의 찬란한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성과 낮은 실패율임을 짚어줍니다. 저자는 이 책을 아름다운 문장론을 가르치는 반찬이 아니라, 창작의 베이스가 되는 단단한 밥과 같은 책이라 정의합니다.


흥행이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기에,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직 사전 기획 단계에서 철저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것뿐이라는 현실적인 고백입니다.


수많은 웹툰·웹소설과 드라마 흥행작들을 역추적하며 찾아낸 연재형 콘텐츠만의 호흡, 클릭을 부르는 회차의 긴장감 배분 등은 독자를 플랫폼 세계에 꽁꽁 묶어두는 든든한 사슬이 되어 줍니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정제되지 않은 가공할 만한 어둠,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감정의 파동은 여전히 인간 작가 고유의 영토입니다. 저자는 캐릭터 구축과 방대한 취재 리서치의 보조 도구로서 AI를 지혜롭게 다루는 법도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소설은 소설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해외 리메이크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처음부터 어떤 매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캐릭터와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은 현재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짚어냅니다.


영상과 텍스트의 차이를 비교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설은 인물의 생각을 직접 설명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창작을 여러 매체로 확장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준이 되어 줍니다.


실패를 줄이는 방법, 끝까지 완성하는 습관, 독자의 기대를 이해하는 태도 등 작업실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작 노트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기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사람의 경험과 관찰, 취재, 그리고 캐릭터를 끝까지 믿는 힘은 여전히 창작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팔리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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