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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기의 기술 -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과학적 업무 습관
나카무라 가즈야 지음, 김수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바쁘다는 말을 훈장처럼 여기시나요? 메신저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려대고, 투두 리스트는 지워도 지워도 증식합니다. 업무, 공부, 집안일, 육아, 운동, 투자, SNS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할 일에 둘러싸여 배터리가 1% 남은 채 방전 직전의 상태로 살아갑니다. 퇴근하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성취감이 아니라 짙은 피로와 번아웃입니다.
이 지독한 바쁨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데이터 과학 교육 종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생산성 향상 전문가 나카무라 가즈야는 『일 안 하기의 기술』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면, 당장 일을 줄이라고 말합니다.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면 여유 시간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던가요? 일을 빨리 끝내면 그다음 일감이 더해지고, 능력을 증명할수록 더 거대한 업무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일 안 하기의 기술』은 생산성의 초점을 속도에서 제거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일정에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이죠. 저자는 업무 효율을 높인다고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행복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직원은 불행한 직원에 비해 생산성이 1.3배, 창조성이 무려 3배나 높다고 합니다. 결국 빽빽한 스케줄러를 보며 위안을 삼는 행위는 일종의 바쁨 중독이며, 진정한 고성과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공백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실무에서 작업을 덜어내는 심리 기술과 소통 방식을 다룹니다. 대부분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일을 떠맡습니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거절이 답이 아니라면, 타인에게 일을 현명하게 넘기거나 업무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심리학적 개념이 가치 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협업을 요청할 때, 당장 오늘 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던지기보다는 먼 미래의 시점으로 업무를 분산하여 제안함으로써 상대방이 느끼는 즉각적인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식입니다.
저자가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보여주는 소통의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상사나 동료에게 질문할 때 "이번 이벤트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는 열린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의 고민을 유발하고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내 업무가 늘어납니다.
반면, "이번 이벤트에서는 □□를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될까요?"처럼 나의 가설을 포함한 닫힌 질문을 던지면 의사결정의 공이 빠르게 넘어가며 내 차례의 업무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저자는 직장 내에서의 업무를 공 주고받기(캐치볼)에 비유합니다. 이 개념은 우리가 왜 늘 시간에 쫓기는지 본질적인 원인을 짚어냅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그 일은 제가 대응하겠습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자발적으로 공을 가져옵니다. 저자는 스스로 무의미한 공을 늘리는 행위는 개인의 시간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이라고 합니다.
메일 업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메일 형식이 얼마나 많은 왕복 소통을 유발하는지 꼬집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메일 확인을 하루 세 번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극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실시간 연결성이라는 강박에 갇혀 정작 중요한 몰입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요?
업무를 줄이는 마지막 단계는 바로 실수 줄이기입니다. 실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수습하고 재작업하는 데 배 이상의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인적 오류(Human Error)를 개인의 정신 상태나 부주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실수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에서 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이지요.

정신 똑바로 차리자거나 더블 체크를 하자는 대책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주의력에 의존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확인 프로토콜을 소개합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 인쇄해서 확인, 소리 내어 읽으면서 확인, 뒤에서부터 확인, 시간을 두고 확인. 저도 실제로 이 방법으로 실수를 없애고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혼자서도 완벽하게 오류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생각을 멈추라는 조언도 와닿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태를 치열하게 일하는 중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뇌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휴식 상태 네트워크를 교란하여 창의성을 메마르게 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모를 때는 그 자리에서 즉시 질문하여 피드백을 받고,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은 덤벼들지 말고 서랍에 넣어두는 것.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디지털 노동 시장에서 멘탈을 보존하며 롱런할 수 있는 똑똑한 생존 전략입니다.
내 손에 쥐어지는 무의미한 업무 공을 분별하고, 합법적으로(?) 타인에게 토스하는 심리 기술과 소통 전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빠야 유능하다는 강박을 깨부수고, 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과학적인 생각 덜어내기 매뉴얼을 통해 삶의 주도권과 여유를 되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