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성당 - 빛, 인간을 만나다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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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건축은 시대를 가장 정직하게 기록하는 예술입니다. 문학은 해석될 수 있고, 회화는 상징으로 읽힐 수 있지만, 거대한 건축물은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몸집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성당은 언제나 종교시설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강한수 신부의 『르네상스 성당』은 거대한 돔의 구조를 설명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고, 기둥의 비례를 설명하면서도 그 안을 걷는 사람의 감정을 먼저 생각합니다.


건축가 출신으로 국내외 건설 현장을 경험한 뒤 사제가 되었고, 로마에서 신학과 건축사를 함께 연구한 강한수 신부. 제도판 위에서 먹줄을 긋던 손으로 성무일도를 집전하는 사람입니다.


『로마네스크 성당』, 『고딕 성당』에 이어 완성된 중세 유럽 성당 건축 3부작의 마지막 권답게, 이번 책은 약 300년에 걸친 르네상스의 흐름을 피렌체에서 로마, 베네치아를 거쳐 알프스 너머 유럽까지 따라갑니다.


우리는 르네상스를 인간 중심 시대라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른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르네상스는 인간이 신보다 높아진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이성과 지성을 통해 신이 만든 질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르네상스 성당은 이전 시대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집니다. 거대한 돌벽으로 압도하기보다 수학적 비례와 조화를 통해 안정감을 만들어 냅니다. 건축은 감정을 흔드는 장치가 아니라 논리로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예술이 됩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실제 성당의 평면과 돔, 기둥의 배열을 통해 왜 르네상스 사람들이 원을 좋아했는지, 왜 중앙집중형 공간을 꿈꾸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안내합니다.


14세기 초 피렌체에서 단테와 조토가 나눈 우정부터 들려줍니다. 단테는 라틴어가 아닌 피렌체 방언으로 『신곡』을 써서 문학을 귀족의 서재에서 거리로 끌어냈고, 조토는 평면적이던 성화에 처음으로 입체와 표정을 불어넣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 규칙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르네상스 건축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입니다. 피렌체 세례당 청동문 공모전에서 공동 당선 판정을 거부하고 홀로 로마로 떠난 그는, 판테온과 콜로세움을 비롯한 고대 건축물을 직접 측량하며 비례 체계를 연구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어디에도 쓸 곳이 없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그 침묵의 축적이 수십 년 후 인류 건축사의 걸작인 피렌체 대성당의 팔각 드럼 위에 돔을 올리는 방법으로 귀환합니다.


그 귀환의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피렌체 설계위원회 앞에 나타난 브루넬레스키는 주머니에서 달걀 하나를 꺼내 위원들에게 세워보라 했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못하자, 그는 달걀의 밑을 조심스레 깨어 탁자에 세웠습니다.


저자는 이 장면에 대해 "달걀 세우기를 통해 브루넬레스키는 자신의 설계를 명하기에 앞서 그 설계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의 돔 설계는 독창적인 것이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도용됨 없이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로마로 갑니다. 브라만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상갈로 가문의 건축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 손을 바꿔가며 성 베드로 대성당을 설계하는 이야기는 건축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브라만테가 구상한 평면은 완벽한 중앙집중형 그릭 크로스였습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동일한 외형을 갖는, 인간의 이성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균형 잡힌 건축이었습니다. 그러나 건축이란 설계도가 아니라 시간 속에 세워지는 것이지요. 교황이 바뀌고, 건축가가 죽고, 종교개혁이 터지고, 로마가 약탈당하는 동안 브라만테의 완벽한 계획은 조금씩 변형되고 타협하며 현재의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미켈란젤로입니다. 칠순을 넘겨 성 베드로 대성당 총감독직을 떠맡은 그는 이전 건축가들이 훼손해 놓은 구조를 정리하고, 고딕의 구조 원리를 르네상스의 언어로 재해석해 뾰족한 리브 돔을 설계했습니다.


브라만테의 매끈한 반구형 돔과 미켈란젤로의 역동적인 뾰족 돔을 나란히 놓고 저자는 묻습니다. 이 두 돔의 차이는 단순한 취향의 차이인가, 아니면 5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인가? 대답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르네상스의 확신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는 시간, 그 변화가 돔의 외형으로 나타난 겁니다.


라파엘로도 건축가로서 새롭게 조명됩니다. 회화의 거장으로만 알려진 그가 어떻게 성 베드로 대성당 설계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키지 경당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회화와 건축과 조각을 어떻게 통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한 공간에서 예술의 모든 장르가 하나의 신학적 메시지를 향해 수렴하는 경험, 그것이 르네상스 성당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알프스를 넘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기 달랐습니다. 세 나라 모두 이탈리아의 고전주의를 통째로 이식하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고딕 전통과 종교개혁의 맥락 속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며 자국의 양식으로 변형했습니다.


파리의 생테티엔 뒤 몽 성당이 고딕 구조 위에 르네상스 파사드를 얹은 것은 어색한 혼용이 아니라, 그 시대 프랑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건축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짚어줍니다. 외래 양식을 받아들이는 일은 항상 번역의 문제이고, 번역에는 언제나 번역자의 맥락이 개입한다는 것을요.


종교적 경외를 넘어 비례와 빛의 인문학으로 읽는 성당 건축 대탐사 『르네상스 성당』. 본문에서 다룬 성당들은 지금도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책을 들고 그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성당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기둥의 오더와 돔의 하중 계산을 설명하면서, 창문이 왜 저 방향에 났는지, 제단을 향해 걷는 신자의 신체가 어떤 비례 속에 놓이도록 계획되었는지를 함께 묻는 책. 르네상스 성당이 '인간이 신의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300년에 걸쳐 돌과 빛으로 답한 기록이라면, 이 책은 그 답을 읽어주는 안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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