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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의 읽기 쓰기 공부법은 따로 있다 ㅣ 나침반 시리즈 5
이사비나 지음 / 언더라인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전작 『우리 아이가 ADHD라고요?』가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부모들을 위한 뜨거운 위로였다면, 『산만한 아이의 읽기 쓰기 공부법은 따로 있다』에서는 학교 공부의 가장 근본적인 두 축인 읽기와 쓰기를 통해 무너진 기초 학력을 일으켜 세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사비나 저자는 5년간 ADHD 아들과 함께한 눈물겨운 집공부 경험,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산만한 기질의 아이들을 치유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식의 습득과 인출이라는 로드맵을 그려냅니다.
아이가 교과서를 펼쳐놓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부모는 흔히 두 가지 중 하나를 떠올립니다. 집중을 못 하는 걸까, 아니면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걸까.
알림장은 써 왔는데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고, 교과서를 읽었는데 무엇을 배웠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 그 아이는 게으른 게 아니라, 읽고 이해하고 기억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문해력이 무너지면 학업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규칙을 이해하는 일조차 버거워집니다. 저자는 주의력 결핍과 전두엽 발달의 지연이라는 관점에서 추적합니다.

전두엽이 담당하는 기능 중에서 주의 집중은 아이들의 읽기 능력과 동기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전두엽 발달이 느린 ADHD 아이의 학습을 도우면서 우리 아이가 왜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왜 독해 문제집의 지문을 읽어내지 못하는지, 왜 책을 읽자고 하면 울상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생활문해력입니다. 줄글로 된 긴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를 다그칠 필요가 없습니다. 일상의 모든 환경이 훌륭한 텍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마트, 도서관, 병원 등에서 마주치는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어 "이 표시는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는 걸까?", "여기는 몇 시에 열고 닫을까?"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생활표지판 탐험이 대표적입니다.
읽고 쓰기 전에 필요한 건 어휘력입니다. 어휘력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자 사고의 경계선입니다. 어휘의 양과 질이 부족한 아이들은 교과서를 펼쳤을 때 마치 모르는 외국어로 가득 찬 유인물을 보는 듯한 혼란을 경험합니다.
저자는 문맥 속에서 단어의 쓸모를 체득하는 입체적인 어휘 훈련을 소개합니다. 책 속에 담긴 단계별 어휘 활동지를 살펴보면 디테일한 코칭 능력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 경지를 넘어, 문장 속에서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뇌에 어휘의 연결망을 촘촘하게 깔아주는 깊이 있는 접근법을 알려줍니다.
산만한 아이를 위한 읽기 공부법 파트에서는 읽기 유창성을 점검해보자고 합니다. 문장을 ‘매끄럽게 읽을 힘’을 뜻합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문장을 소화하며 행간의 의미를 눈치채는 감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모범적으로 낭독을 해주고 아이가 이어 읽게 하거나,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직접 유연성을 점검하는 과정 등을 통해 읽기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해제해 주어야 합니다.
산만한 아이를 위한 쓰기 공부법 파트에서는 쓰기 싫어하는 마음부터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만약 아이가 쓰기를 싫어하고, 글씨체가 엉망이라면 기다려야 한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지우고 다시 쓰게 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극복하게 하려 한다면 아이의 쓰고자 하는 마음은 영영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지요.
저자는 쓰기 장벽 허물기를 소개합니다. 문장 세 줄 쓰기로 목표를 작게 쪼개거나, 핵심어만 아이가 찾아 적고 나머지는 부모가 대신 써주는 '줄칸 제공하기', 포스트잇을 활용해 가벼운 소통을 유도하는 '포스트잇 쓰기' 등이 해법입니다.
특히 인지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생각이 멈추는 아이에게는 말을 먼저 유도하고 부모가 받아 적은 뒤 이를 다시 보고 쓰게 하는 말하기 기반 쓰기 전환법이 특효약입니다. 글씨체 교정 역시 강압적인 교정이 아닌 학년별 맞춤형 공책 가이드를 매칭해 주면 좋습니다.

노트 정리는 복잡한 지식을 나만의 메타인지 필터로 여과하여 뼈대만 남기는 최고의 고등 사고 훈련입니다. 읽기와 쓰기가 서툴기 때문에 오히려 노트 정리는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산만한 아이에게 무턱대고 노트를 던져주면 백지 공포증에 시달립니다.
최소한 아이가 쓰기 거부감이 없고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학령기에 접어들었을 때 코넬 노트법이나 시각화 노트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합니다. 그 전 단계까지는 읽기 유창성과 어휘력을 기르는 기본 근육 형성에 올인하라고 합니다.
책에서 예시로 보여주는 생각 정리 기술들은 다양합니다. 마인드맵, T-차트의 2분할 표, 원 형태의 벤다이어그램 등 시각적 맵핑 과정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받아쓰기, 띄어쓰기, 일기 쓰기로 이어지는 쓰기 숙제 잔혹사는 매일 밤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주범이지요. 학교 수업을 돕는 쓰기 연습에 대한 조언도 실용적입니다.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것을 짚어주는 『산만한 아이의 읽기 쓰기 공부법은 따로 있다』. 산만한 아이에게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