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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질문 도감 - 세상을 바꾼 80개의 질문으로 키우는 초등 문해력 ㅣ 쉽게 읽고 보는 도감
정상영 지음, 신응섭 그림 / 진선아이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 올린 지식의 총합을 AI가 실시간으로 뿜어내는 시대. 이제는 뇌 용량 꽉 채우는 지식 저축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중요한 건 AI의 멱살을 잡고 하드캐리할 수 있는 능력, 즉 질문을 발명하는 역량입니다.
아이들 눈높이를 기가 막히게 맞추기로 소문난 정상영 작가와 유쾌한 반전 컷으로 빵 터지게 만드는 신응섭 일러스트레이터의 『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질문 도감』. 뻔하고 지루한 위인전의 냄새를 풍기지 않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80명이 인류 역사에 날린 결정적 한 방의 시발점인 질문에 포커스를 맞췄거든요. 헤드라인 기사처럼 짧고 타격감 있는 문장과 만화 일러스트 덕분에 책장 넘기는 소리가 ASMR 저리 가라입니다.
먼저 철학의 질문 코너에서는 순자의 성악설, 데카르트의 존재론 같은 어려운 개념들을 당장 친구와 싸웠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실전 서바이벌 툴킷으로 들려줍니다.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현대 교육학의 끝판왕 존 듀이가 등장합니다. 엄마들이 흔히 하는 “너 나중에 훌륭한 사람 되려고 그러지!”라는 정형화된 멘트를 존 듀이는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철학자 존 듀이는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배움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일의 성장에 대해 짚어준 겁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이 순간의 생활 자체가 배움이라고 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순간순간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될 때, 배움을 통해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존 듀이가 말하는 배움은 나중에 써먹으려고 저축하는 적금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는 노예계약이 아니라, 매일 마주치는 크고 작은 삶의 문제들을 힙하게 풀어내는 해결 열쇠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이어서 과학과 예술 코너가 등장합니다.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 법칙도 사실은 “내 자식은 왜 나를 닮았지?” 같은 사소한 호기심에서 스노볼이 굴러간 결과물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를까?”라는 질문으로 당시 과학계의 절대 권력자였던 뉴턴의 뒤통수를 탁 때립니다. 책에서는 이 복잡한 상대성 이론을 직관적인 기차 번개 사고 실험으로 설명해 줍니다. 달리는 기차 안과 밖이라는 관점의 차이로 시공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상대성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관적 시선과 객관적 팩트의 묘한 역동성을 배우며 논리적 문해력이 급상승하는 순간입니다.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걷어차는 예술계 이단아들도 등장합니다. 피카소,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처럼 “이게 왜 예술이 아니야?”라고 세상에 시비를 걸었던 인물들이 가득합니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와 자유시의 아버지 월터 휘트먼의 서사는 고정관념의 뚝배기를 깨부수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가우디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건축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네모반듯한 시멘트 상자 같은 도시에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문학계의 문법 파괴자 월터 휘트먼은 “시를 자유롭게 쓰면 어떨까?”라는 폭탄선언을 날립니다. 글자 수 맞추고 라임 맞추느라 정작 속에 있는 진심은 다 편집당하던 구태의연한 정형시의 시대를 휘트먼은 단숨에 종식시켰습니다.
사회·정치 코너에서는 인류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기술을 어떻게 혁신해 왔는가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조선의 레전드 세종대왕의 “누구나 쉽게 글을 읽고 쓸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은 신상 문자 개발을 넘어 정보 독점을 타파하려는 거대한 복지 정책이었습니다. 우리가 카톡을 보낼 때 쓰는 자음과 모음이 엄청난 눈물과 과학의 결정체임을 알게 됩니다. 정보의 장벽을 낮춰 약자를 구하겠다는 세종대왕의 휴머니즘은 지식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예술가들의 통장을 지켜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저작권 투쟁도 흥미진진합니다. 인터넷에서 남의 그림이나 글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펌 문화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빅토르 위고의 이 저작권 에피소드는 디지털 에티켓 교과서입니다. 1886년 베른 협약이 체결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한 사람의 정의로운 질문이 어떻게 지구촌 전체의 룰을 바꾸는지 보여주는 서사입니다.
역사를 바꾼 거인들도 알고 보면 처음엔 다 우리와 똑같은 호기심쟁이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쉽게 읽고 보는 위대한 질문 도감』. 사소한 “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꿨습니다.
오늘 아이가 던진 엉뚱한 질문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시작점임을 80명의 거인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부록 나만의 질문 노트에 나만의 위대한 질문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