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켕기는 사람들 - 노래에 얽힌 그리움
박노열 지음 / 미문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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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생을 교육학자이자 사회활동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박노열 박사의 자전 에세이 『맘 켕기는 사람들』.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러 오롯이 노래와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렌즈를 통해 삶을 복기합니다.


이 책에서 노래는 기억을 길어 올리는 도구이자, 미처 갚지 못한 마음의 부채를 확인하는 매개체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41편의 음악적 연대기를 따라가며 요즘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기억의 연결망을 만나보세요.


결핍의 공간에서 길어 올린 유년의 멜로디 <맘 켕기는 날>. 저자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삶의 가장 근원적인 안식처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쟁과 피란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폭력 속에서 소년 박노열을 지켜준 것은 나직하게 읊조리던 노래였습니다. 배고픔과 공포를 이겨내게 한 그 선율들은 훗날 거제도와 지세포에서의 서정적인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세포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거친 손을 기억하는 저자의 시선은 늘 ‘켕기는’ 마음에 닿아 있습니다.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그 마음은 자식을 향한 자장가로 이어지며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학적 책임감으로 확장됩니다.


대중에게 잘못 알려진 <보리밭>의 노랫말을 학자 특유의 꼼꼼함으로 바로잡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청춘의 한 자락에서 겪어야 했던 이별을 고백하는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노래 <소나무>에서 소환한 기억은 삭막한 세상에서 푸른 그늘이 되어주었던 어른들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타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트라우너 신부의 삶은 저자가 평생 동안 사단법인 희망사회 등을 이끌며 사회교육에 헌신하게 만든 실천적 모태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사라져 간 무명용사들을 기리는 <비목>의 선율 위로 친구 아버지가 불던 트럼펫 소리가 겹쳐지고, 지금 자신이 있게 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노래와 함께 등장합니다. 저자가 생애에 걸쳐 만나온 사람들의 지도가 그려지는 듯합니다.


저자의 시선은 그 사람의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남긴 인상에 집중합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 지형에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복원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직함과 나이가 쌓여도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만든 온도는 그대로라는 것. 『맘 켕기는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따뜻한 회고록입니다.





회고록은 자신의 이야기 중심으로 흐르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타인을 먼저 기억합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감사한 사람들, 존경했던 사람들을 노래와 함께 소개합니다.


『맘 켕기는 사람들』이 지닌 마법은 저자의 고백이 끝나는 지점에서 독자들의 숨은 기억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책 속의 수많은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역시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자신만의 노래와 사람을 소환하게 됩니다. 어린시절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귓가에는 여전히 생생하게 울리는 외할머니의 그리운 목소리를 불쑥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특정 노래를 들으면 특정 사람이 떠오르고, 특정 장소가 되살아나며,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납니다. 『맘 켕기는 사람들』은 그 기억 복원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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