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수업 고군분투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념적 렌즈와 AI 동료교사로 만드는 한국사·세계사 수업 12
이영춘 외 지음 / 미문사 / 2026년 6월
평점 :
예약주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성형 AI를 파트너로 삼은 역사 교사 6인의 『역사 수업 고군분투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념 기반 교육과정, 핵심 아이디어, 개념적 이해와 같은 낯설고 추상적인 장벽들은 교사들을 혼란의 늪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내일 당장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들과 마주해야 하는 교사들에게는 구체적인 이정표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배움두레 교육연구회 소속 현직 역사 교사 6인이 내놓은 이 책은 그리스 신화 속 다이달로스의 서사를 빌려와 현재의 교육 상황을 진단합니다.


기술 혁신과 교육과정의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낸 미래 교육이라는 미로 속에서, 교사는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다이달로스요, 학생들은 자칫하면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 날개가 녹아내릴지 모르는 이카로스라는 비유입니다.


이 미로를 빠져나갈 세 가지 실마리로 본질로의 회귀, AI 동료 교사, 그리고 개념적 렌즈를 제시합니다. 전통 역사 서술 방식인 기전체(紀傳體) 형식으로 엮어냈습니다. 교육과정의 원리를 설명하는 ‘본기’와 수업 사례를 담은 ‘열전’으로 구성해 수업의 철학과 현장의 생생함을 동시에 포착합니다.


먼저 개념적 렌즈로 본 역사 수업 본기(本紀) 편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구조를 해부하고, 생성형 AI(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뤼튼 등)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활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일입니다. 활동은 넘쳐나지만 왜 이 활동을 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역사 수업 고군분투기』는 개념적 렌즈를 수업의 나침반으로 활용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가는 데 필요한 옷걸이로 표현한 개념적 렌즈는, 어떤 아이디어나 개념으로서 학습에 초점을 제시하고 깊이를 더해주는 도구입니다. 렌즈가 정해지면 핵심 질문이 선명해지고, 질문이 서면 활동이 살아나며, 활동이 정리되면 평가와 기록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한국사에서는 질문, 인성, 회복탄력성, 의심, 논쟁, 탐방이라는 여섯 개의 렌즈를 소개합니다. 세계사에서는 다양성, 공정, 공존, 다문화, 내러티브, 융합이라는 여섯 개의 렌즈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렌즈는 수업 전체를 조직하는 구조입니다. 의심이라는 렌즈를 적용하면 학생들은 정보가 생산되는 과정, 기록의 관점, 역사 서술의 의도를 탐구하게 됩니다. 최근 생성형 AI 시대와도 연결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중요한 역량은 정보를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검증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역사 수업이 과거를 배우는 과목을 넘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확장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역사과의 핵심 아이디어를 AI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조화한 연구의 결과물이 소개됩니다.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1』, 『한국사2』, 『세계사』의 기준들을 가져와 AI와 협동 작업으로 핵심 아이디어 및 AI 분석 틀을 도출해 냅니다.


고등학교 『한국사1』의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대응하여 근대 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였다"라는 대주제를 다룰 때, 위정척사파와 개화파의 연도를 외우는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당시 열강의 침략이라는 국제 질서의 변동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마주했던 고뇌를 오늘의 시점에서 성찰하도록 이끄는 나침반을 제공합니다.


세계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슬람 세계나 몽골 제국의 확장을 다룰 때 역사적 지식의 전수를 넘어, 다양성의 형성과 교류라는 거시적 렌즈를 통해 세계 시민으로서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분석표들을 담았습니다.


‘본기’에서 이론적 토대와 설계의 원리를 다졌다면, ‘열전’은 한국사와 세계사 수업 교실 현장에서 그 이론들이 어떻게 숨 쉬는지 보여주는 실전 가이드입니다.


그림이 묻고 역사가 답하는 VTS(시각적 사고 전략) 수업, 과거 인물들이 내렸던 도덕적 결단과 선택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사회 정서 학습(SEL)을 품은 수업, 챗GPT와 벌이는 뜨거운 역사 토론 등을 만나게 됩니다.


역사는 정답을 알려주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을 변화시키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수업 설계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학생들은 과거 사례를 통해 현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수정하고 확장합니다. 수업의 목표가 지식 축적이 아니라 시민적 성숙으로 이동하는 순간입니다.


다양성, 공존, 다문화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사를 글로벌 시민교육과 연결하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세계사는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실험실이 됩니다.





수업 설계의 초안은 AI가 도울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길 메시지와 방향성은 오롯이 교사의 몫입니다. 『역사 수업 고군분투기』는 역사 교사를 위한 실천서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미래를 탐색하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입니다.


질문하는 시민,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시민,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시민, AI와 협력하면서도 스스로 사고하는 시민. 이 책에 등장하는 수업은 결국 이런 인간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교사 6인의 시행착오가 만든 가장 현실적인 교육 혁신 기록 『역사 수업 고군분투기』. 2022 개정 교육과정 앞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라면 동료의 노트처럼 반가운 책입니다. 개념적 렌즈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실제 수업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교사에게 12편의 수업 사례가 적용 가능한 설계 도구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