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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 노스페이스 창립자의 두번째 인생
조너선 프랭클린 지음, 강동혁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본주의의 최정점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의 정상을 정복한 남자가 그 산을 내려와 아무도 보지 않던 다른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경이로운 기록, 탐사 보도의 대가 조너선 프랭클린의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 (원제 A Wild Idea)』.
기업가 정신, 생태주의, 반문화 역사, 탐험 서사를 한 권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브랜드 창업 신화가 아니라 "왜 성공을 버렸는가?"라는 모순의 답을 만나게 됩니다.
노스페이스와 에스프리의 창업자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유지 기부자로 알려진 더그 톰킨스의 생애를 추적했습니다. 수년간 파타고니아를 직접 누볐고, 수천 페이지의 미공개 편지와 일기 확보, 160여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더그 톰킨스의 절친 이본 쉬나드(파타고니아 창립자), 전직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그리고 카약 사고 당일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까지. 이렇게 복원된 이야기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시대에 진짜 광기 어린 신념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더그 톰킨스의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허름한 길모퉁이에서 시작됩니다. 스물한 살의 고등학교 중퇴자였던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작은 등산용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이름은 노스페이스. 산의 북벽, 가장 춥고 거칠고 얼어붙은 면을 뜻하는 이름처럼 쉬운 길을 외면하고 혹독한 쪽을 향해 돌진하는 충동. 그것이 더그 톰킨스라는 인간의 본질이었습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기업가로서의 더그를 이해하고 싶다면 비행 청소년을 연구하세요. 더그의 행동에서 그런 방식이 보이거든요. 뭐가 이따위야? 내 방식대로 하겠어! 그게 더그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고교 시절 암벽등반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우정은 훗날 각각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 제국을 세우는 토대가 되었지만, 그 출발점은 그저 산이 좋아서 함께 위험한 곳으로 올라갔던 청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후 아내 수지와 함께 창업한 에스프리는 연 매출 10억 달러를 넘는 패션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성공의 정점에서 더그 톰킨스는 자신이 만든 것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했습니다. 패션은 과소비를 먹고 자랍니다. 그가 키워온 제국 자체가 문제의 일부였습니다.

그는 에스프리 카탈로그에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을 만한 행동이었지만, 톰킨스는 이를 통해 소비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는 마케팅의 천재였고, 그 천재성을 이제 지구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 후반, 톰킨스는 모든 지분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선언합니다. 당신들이 파괴한 자연을 복구하겠다고요. 칠레 파타고니아의 외딴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며 심층 생태학에 몰두합니다. 톰킨스의 계획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사유지를 대규모로 매입해 생태계를 복원한 뒤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선가가 아니라 직접 경비행기를 몰며 땅을 사고, 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되살리는 야생복원을 구상한 실행가였습니다. 탐험가의 본능과 환경운동가의 신념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입니다. 하지만 칠레 정부와 기업들은 그를 의심했습니다. "미국인이 땅을 사서 칠레를 반으로 쪼개려 한다", "유대인 수용소를 지으려 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5년, 그는 카약 사고로 숨을 거둡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죽음은 칠레의 의심을 잠재웠습니다. 생전에 그를 스파이로, 침략자로 몰았던 이들조차 조의를 표했습니다. 그의 사후, 칠레 정부는 톰킨스 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지 기증을 받아들였고, 1,700마일에 달하는 '공원의 길'이 완성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한 개인이 국가에 한 최대 규모의 토지 기부였습니다.

더그 톰킨스는 성인군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만했고, 가족을 등한시했고, 완벽주의적 통제욕도 있었습니다. 페라리를 몰면서 환경보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조너선 프랭클린 저자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완벽한 인간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톰킨스의 그 독선적인 완벽주의와 타협 없는 고집이 없었다면, 거대 자본과 국가 권력에 맞서 파타고니아의 야생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오늘날 성공은 곧 더 많은 소유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우리는 어떤 산을 오르고 있는가, 오르고 있는 그 산이 정말 내가 원하는 정상인가를 묻습니다.
그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성공이라는 산을 내려와 가치라는 더 높고 험준한 산을 올랐습니다. 『다른 산을 오르기로 했다』는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어디까지 투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모험 서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