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의 다정한 식물 수업
강철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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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명 돌봄의 최전선에서 평생을 보낸 강철원 주키퍼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간다』. 자이언트판다 아이바오, 러바오를 맡으며 판다 아빠로 불리더니, 국내 최초 자연 번식에 성공한 푸바오 탄생으로 할부지가 되었고, 2024년에는 영화 〈안녕, 할부지〉에도 등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나타났습니다. 텃밭 농부로.


저자 강철원은 전북 순창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동식물과 형제처럼 자랐습니다. 스무 살에 에버랜드에 입사해 평생을 야생동물과 호흡해 온 그는, 동물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동물학을 공부했고, 그들이 머무는 환경을 완벽하게 조성해주고 싶어 조경학까지 섭렵한 돌봄의 장인입니다.


이제 판다 월드의 담벼락을 넘어 산 아래 작은 땅, 남천바오 할부지 텃밭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농사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동물과 식물, 전혀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의 손에서는 같은 돌봄의 대상으로 이어집니다.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는 어느 중년 남자의 전원 로망 일기가 아닙니다. 30년 넘게 야생 동물을 돌봐 온 주키퍼가 식물을 통해 삶의 원리를 재발견하는 과정, 더 정확히는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끝없이 자문하는 사유의 기록입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옥수수 씨앗은 얼마나 깊이 심어야 해요?", "한 구덩이에 몇 개씩 심으면 돼요?"를 물어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동물원에서 판다의 출산까지 관리한 베테랑 주키퍼가 옥수수 심는 법을 어머니께 여쭤야 하는 초보 농부가 되었습니다.


이제 농사 노하우를 자세히 알려 주는 어머니도 계시지 않고, 옥수숫대를 갖고 놀던 푸바오도 곁에 없지만 어머니와 푸바오를 향한 진한 그리움은 옥수수 한 알 한 알에 빼곡히 담겨 있음을 들려줍니다.





옥수수는 떠난 이들을 이어 주는 매개이자, 상실을 감당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씨앗이 되고, 씨앗이 자라 수확물이 되고, 그 수확물이 다시 그리움을 영속시킵니다. 텃밭의 작물 하나하나가 바오패밀리와의 기억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아름답습니다. 동물원과 텃밭, 돌봄과 그리움이 한 페이지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귀엽고 앙증맞은 완두콩을 보며 '이뻐, 이뻐, 이뻐!' 하고 감탄사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판다에게 쏟던 그 애정이 완두콩에게도 흘러넘칩니다. 씨앗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심었다가 처치 곤란이 되었을 땐 "내가 또 욕심을 부려 '적당히'라는 기준을 넘기고 말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여야 '적당히'라는 선을 맞출 수 있을까?"라고 고백합니다.


'적당히'는 텃밭의 교훈이자 삶 전체의 숙제입니다. 저자는 씨앗의 양을 조금씩 줄여 가며 그 선을 몸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는 것, 그것이 텃밭이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수업이겠지요.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로 함께 요리하고, 식탁을 채우는 과정은 저자가 강조하는 돌봄의 확장을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보여 줍니다. 생명을 기르고, 수확하고, 나누어 먹는 행위는 텃밭을 개인의 취미 공간에서 가족 공동체의 생활 공간으로 만듭니다. 당근을 키우며 바오패밀리를 떠올리고, 고수를 심으며 후배 가족을 생각하고, 딸기를 따며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담는 저자의 텃밭은 관계 지향적 공간입니다.





나비, 새, 두꺼비, 개구리, 고라니, 멧돼지까지 텃밭을 찾는 야생 생명들과의 만남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30년 주키퍼 경험을 가진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읽어냅니다. 방풍과 미나리에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알을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농약을 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작물의 수확량보다 생태적 공존을 선택합니다.


누군가에게 하찮아 보이는 일이, 그 생명을 살리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라는 것. 이 관점은 식물에도 적용됩니다. 잡초를 뽑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는 반복적인 노동이 텃밭을 살아 있게 합니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장마의 두꺼비, 가을걷이의 풍요, 겨울 견딤, 봄의 연둣빛 생기를 기록하는 문장들은 산문으로 쓴 자연 관찰 일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투영합니다. 겨울을 견디는 식물처럼 삶의 버거운 시간을 버텨 내는 일, 봄의 새싹처럼 다시 시작하는 일이 텃밭에서 매년 반복되는 것을 목격하며 흙의 시간으로 자신을 재교정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내가 키우는 텃밭 식물들이 오히려 나를 키우는 느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돌본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맞추는 삶이 왜 건강한지를 에피소드와 함께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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