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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엔딩 노트 -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주부의벗 지음, 야마다 시즈에 감수,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디지털 유산부터 펫의 미래까지, 갓생의 완성은 우아한 퇴장으로부터! 인생 최후의 실전 대비서 『나의 엔딩 노트』.
엔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장례식장이나 정리가 채 되지 않은 유품들이 널브러진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르나요? 『나의 엔딩 노트』의 엔딩은 슬프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 선명하게 닦아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힙하고 사려 깊은 마음이 담겼습니다.
우리는 평소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응급 상황에서 보호자가 복용 중인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엔딩 노트』는 언젠가의 죽음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정보 설계도입니다. 감정적 위로나 추상적 철학 대신 항목 중심의 시스템 노트입니다.

항목들을 살펴보니 정보 관리와 의사결정의 기술을 다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마트폰 비밀번호, 구독 서비스, 보험 내역, 돌봄과 의료 선택, 반려동물의 거처까지. 평소 흩어두고 살아온 데이터들을 한 권으로 통합하는 겁니다. 죽음 대비라기보다 오히려 삶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시간입니다.
먼저 신체적 정보부터 가족, 친족, 친구들의 연락처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게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주소록을 옮겨 적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부재를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관계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재확인하게 됩니다.
『나의 엔딩 노트』는 개인 데이터의 통합 인덱스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접속 권한입니다. 휴대전화, 컴퓨터, 웹사이트, 구독 서비스, 공과금 계약 정보 등을 다룹니다. 디지털 유산을 핵심 자산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OTT, 온라인 쇼핑몰, 정기 결제 서비스까지 기록할 수 있어 현실적입니다. 이 파트를 작성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구독 경제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는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현재의 재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유쾌한 부수 효과를 낳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엔딩은 자산의 종착역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예·적금부터 부동산, 유가증권은 물론이고 대출과 부채, 보험, 연금까지 탈탈 털어 기재해봅니다. 자동 이체와 공과금 항목이 특히 유용합니다. 내가 관리하던 가계의 실무적 디테일을 기록해 두면,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남겨진 사람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혼란을 겪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재무 설계 도표로도 기능합니다. 내 자산의 흐름을 낱낱이 파악하는 순간, 막연했던 노후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용 자산의 범위가 선명해집니다.
치매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했을 때, 나는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은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파트도 도움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이용 절차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와 함께 연명 치료에 대한 의사를 묻습니다. 남겨진 사람이 짊어져야 할 죄책감을 미리 덜어주는 행위이자 자기 결정권의 최정점입니다.
장례식장에 어떤 꽃을 올릴지, 내가 아끼던 구두는 누구에게 줄지, 그리고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의 거처는 어디로 정할지 등 삶의 소품들을 정리하는 단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속인 지정이나 유언장 작성법 역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적인 팁도 있습니다. 『나의 엔딩 노트』는 앞으로의 삶을 위한 대비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투쟁입니다. 절취식 부록인 중요 정보 메모 노트에 따로 적어 분리 보관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정보는 이쪽에 적어두면 됩니다.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면서 정작 자신의 정보는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아직 나는 살 날이 많으니 언젠가 적어야 할 노트겠거니 생각하며 가볍게 훑을 생각으로 펼쳤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지금 당장 기록해야 할 노트더라고요. 수정할 수 있게 연필로 쓰라고 되어 있습니다. 매년 다이어리를 바꿀 시점에 이 노트도 한 차례 업데이트를 해나가면 되겠습니다.
자기 일도 의외로 막상 필요할 때는 미처 생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정보를 기억에만 의존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노트는 아카이빙의 기쁨과 자기 점검의 계기를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