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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 집
이분희 지음, 김이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6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분희 작가와 김이조 화가가 빚어낸 황금빛 판타지 『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 집』. 옛이야기의 문법을 현대적인 나눔의 연대기로 승화시켰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무언가를 보고 가슴 설레어 본 적 있으신가요? 대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기, 버려진 밭에서 인류 최대의 부동산 가치를 발견한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누덕 할매입니다.
거대한 황금덩어리를 발견한 누덕 할매는 호박을 보고 감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연장을 챙깁니다. 거대한 도끼로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식칼을 넣어 문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대형 조각품을 깎아내는 거장의 퍼포먼스를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이름이 재밌습니다. 누덕 할매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름이 아닐까요? 누덕은 기운 옷을 입었다는 의미겠지만, 부족함을 메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선과 재생의 전문가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는 호박의 속을 비워내어 공간을 만드는데, 텅 빈 호박 속은 누덕 할매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캔버스가 됩니다. 동그란 창문을 내고 굴뚝을 세우며 어느새 호박은 집이라는 공간으로 조금씩 바뀝니다.
무엇보다 남겨진 것들에 대한 누덕할매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호박 속을 파내며 쏟아져 나온 그 수많은 호박씨를 보고 할머니는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이 하얀 호박씨가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보세요.
호박 집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온 반달곰에 이어, 동물 이웃들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립니다. 여기서 이웃 사랑의 형태가 매력적입니다. 단순히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가진 최선의 것을 나누는 호혜적 관계가 형성됩니다.

누덕 할매의 호박 집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으로서의 멋짐을 보여줍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단단한 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누었던 온기와 대화라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맛있는 호박 펜트하우스를 방문해 보세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를 넘어, 공동체적 안녕이라는 깊은 주제를 호박이라는 가장 친숙한 오브제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호박 집』 이야기 속에는 사계절의 변화, 음식 문화, 공동체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호박이 집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키우고, 나눔과 협력의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누덕 할매의 환대 정신을 통해 진정한 휴식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