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구독 사회 - 약과 영양제로 몸을 튜닝하는 시대
정재훈 지음 / 에피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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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삼키는 알약들에 대한 도발적인 보고서, 정재훈 약사의 『건강 구독 사회』.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나 영양제 루틴 뒤에 숨겨진 거대한 마케팅의 실체와 심리적 기제를 해부합니다.


임상 시험을 거쳐 부작용이 낱낱이 기록된 '약'은 무서워하면서, 효능이 모호하고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는 천연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결제합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원인이 복합적이니 검사를 해보자며 답답한 소리를 하지만, 1분짜리 숏폼 영상 속 전문가들은 "이거 하나면 끝납니다"라고 말합니다.


유튜브에서 오메가3 영상을 한 번 클릭하면, 알고리즘은 피드를 영양제와 건강 불안으로 채워 넣습니다. "아직도 마그네슘 안 드세요?", "이걸 모르면 당신의 장은 썩고 있습니다." 공포와 결핍의 서사 위에 판매가 이루어지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과학적 진실보다 매혹적인 서사를 선택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1조 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비타민을 사는 행위가 실제 영양 결핍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심리적 면죄부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지, 불안을 구독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건강해지는가라는 질문보다, 왜 우리는 특정한 것을 건강하다고 믿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 약은 질병을 고치는 도구를 넘어, 내 몸을 최적화하는 해킹 툴이 되었습니다. 마이너스(질병)를 제로(정상)로 만드는 것이 과거의 의학이었다면, 이제는 제로를 플러스로 만드는 향상의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GLP-1 약물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전신의 대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 약물들이 대사 질환자들에게는 혁명적인 생명줄이 될 수 있지만, 오젬픽 페이스(급격한 다이어트로 노화해 보이는 얼굴)를 감수하면서까지 미용 목적으로 매달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고를 보냅니다.


특히 아이들의 키를 키우기 위한 성장호르몬 주사 열풍 역시 부모의 불안이 과학의 탈을 쓰고 아이의 몸을 튜닝하는 현상임을 짚어줍니다.


필수라고 믿었던 영양제들의 민낯도 드러납니다. 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등이 어떻게 관리하는 삶의 훈장이 되었는지 분석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도덕적 허가 효과(Moral Licensing Effect)처럼요. 영양제 한 알이 주는 안도감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을 유지하게 만드는 역설을 낳는 겁니다.


특히 단백질 쉐이크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한 방이 묵직합니다. 근육은 쉐이크 통이 아니라 스쿼트 랙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즉 행위의 본질을 생략한 채 성분만 섭취하려는 태도가 우리를 건강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평소 알러지 관리를 하던 아이에게 장 건강, 면역력, 피부 개선까지 거의 만능에 가까운 장 유산균 영양제를 먹이니 오히려 부작용으로 알러지가 폭발했습니다. 우리 아이 사례를 겪으며 몸에 좋다는 말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 가지 영양제를 바꾸며 내 몸을 혹사하지 말고, 변수를 통제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약리학적 충고가 그래서 더 깊게 와닿았습니다.





마늘 홍삼, 강황, 커피, 초콜릿... 우리가 식품으로 즐기던 것들이 어느덧 기능성이라는 옷을 입고 약처럼 소비됩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카테고리는 참 흥미로운 발명품입니다. 식품도 아니고 약도 아닌 이 회색지대는 약처럼 팔리기 위해 충분히 의학적 언어를 차용하면서도 약으로서의 엄격한 임상 기준은 요구받지 않는 구조입니다.


저자는 적당히라는 말이 가장 과학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지침임을 인정하면서도, 음식을 성분 단위로 쪼개어 분석하는 영양주의의 덫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마늘은 마늘일 뿐, 그것이 혈압약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저자는 푸드라이터의 시선으로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약리학을 추적합니다. 영양제가 효소라는 일꾼을 붙잡아두면 약은 분해되지 못하고 몸속을 떠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지점입니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 움큼 먹는 행위가 정작 질병을 고치기 위해 먹는 처방약의 효과를 지워버리거나, 위험한 수준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오메가3가 혈액응고 억제제와 함께 복용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비타민 K와 항응고제의 상호작용 등 영양제는 다른 약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AI와 웨어러블 기기가 지배하는 미래의 건강 관리 시스템을 조명합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를 차고 실시간으로 바뀌는 데이터에 일희일비하는 현대인들은 과연 더 자유로워졌을까요?


데이터가 주는 확신이 때로는 우리 몸에 대한 주권을 타인이나 알고리즘에게 넘겨주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진정한 맞춤 영양이란 기계가 뱉어내는 수치가 아니라,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철학적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재훈 약사의 『건강 구독 사회』는 단순히 영양제 먹지 마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책이 아닙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가 왜 그토록 영양제와 신약에 열광하는지 그 심연의 불안을 위로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건강은 구독 서비스처럼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배송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매일의 식사와 움직임으로 빚어내는 삶의 과정 그 자체임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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