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으려다 죽다 - 번아웃 없는 조직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프리 페퍼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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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매달 손에 쥐는 월급, 그 숫자가 찍히는 순간의 희열 뒤에 숨겨진 생존의 비용을 계산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Thinkers 50 등재 세계 최고 경영 사상가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해 낸 현대 조직의 살인적 관리 시스템에 대한 고발장입니다.


왜 번영과 성공의 상징인 기업들을 향해 "사람을 죽이고 있다"라는 일침을 가했을까요? 직원의 건강이 어떻게 기업의 재무제표를 갉아먹는지, 효율이라고 믿었던 경영 관행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삽질이었는지를 파헤칩니다.


오늘날의 노동 시장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라는 세련된 용어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제프리 페퍼는 그 이면의 지속적인 불안정성을 짚어줍니다.





요즘 세대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공포는 내일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불안은 인간의 뇌를 상시 비상사태로 몰아넣으며 고도의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합니다. 과거의 노동이 육체적인 소진을 불러왔다면, 현대의 유연화된 노동은 노동자의 영혼과 신경계를 갉아먹습니다. 경제적 불안이 초래하는 비용이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합니다.


이 사회와 경영자는 스트레스는 개인이 관리해야 할 몫이라고 치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경영의 핵심 비용 관점에서 재정의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결근, 몰입도 저하, 그리고 인재 이탈은 기업의 장부상에는 명확히 기록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거대한 지출입니다.


고액 연봉을 받던 우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조지프 토머스의 사례는 충격적입니다. 그는 엄청난 업무 압박 속에서 일자리를 잃을까 봐 겁에 질려 있었고, 결국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액 연봉자조차도 안전하지 못한 이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우리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요?


왜 이 사회는 정신적인 건강과 직장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한 걸까요? 우리는 그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건강을 담보로 잡는 것을 당연시해왔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거나 이 정도 스트레스도 못 견뎌서 어떻게 성공하겠냐는 식의 가스라이팅은 우리 사회의 흔한 배경음악이었습니다.


우리가 일터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현상은 결코 필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터에서 겪는 피로와 불안은 노력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경영진이 내린 선택의 결과입니다.


현대 기술은 우리를 사무실 밖에서도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위스컴의 CEO 카르스텐 슐로터가 일주일 내내 24시간 통화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압박에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습니다.


항상 연결된 문화는 노동자의 회복 탄력성을 앗아갑니다. 업무와 가정의 경계가 무너지며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히 개인의 짜증을 넘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피로가 누적된 뇌는 창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인턴 모리츠 에어하르트가 72시간 연속 근무 후 사망한 사례나, 일본 와타미의 여성 직원이 월간 초과 근무 140시간 끝에 자살한 비극은 '열심히'의 끝이 어디인지를 보여줍니다.


장시간 노동은 성과의 지름길이 아니라, 숙련된 인재를 조기에 마모시키고 폐기하는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노동을 질이 아닌 양으로만 측정하려는 낡은 경영 관성 때문입니다.





해로운 조직 문화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버틸 수 없는 환경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헌신하던 이들도 합리화와 헌신의 결과가 결국 자신의 파멸임을 깨닫는 순간, 조직을 떠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직에 남은 이들에게 무기력이 전염된다는 점입니다. 떠날 에너조차 없는 이들만이 남은 조직은 혁신이 불가능한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요즘 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일'과 '수평적 문화'는 배부른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인재들이 줄지어 퇴사하고 있다면, 인사팀은 연봉 테이블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사무실 내부의 통제권과 안전감의 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무기력이 전염병처럼 퍼지기 전에 말이죠.


제프리 페퍼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전환입니다. 직원의 건강에 투자하는 기업은 의료비 지출 감소, 결근율 저하, 이직률 감소를 통해 실질적인 재무적 이익을 얻습니다.


직원을 잘 대접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길이라는 사실을 경영진이 뼛속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착한 기업이 되자는 도덕적 훈계가 아닙니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가장 영리하고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페퍼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업무 통제권입니다. 직급이 낮은 사람보다 업무에 대한 재량권이 없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조기 사망 확률도 높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마이크로매니징은 직원을 학습된 무력감에 빠뜨립니다. "어차피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데 뭐 하러 고민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직원의 엔진은 꺼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직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비싼 사내 카페테리아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경영진에 대한 변화 전략과 함께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선 사회적 합의를 촉구합니다. 직원의 건강을 해치며 이윤을 뽑아내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지탄과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듯, 인적 자원을 마모시키는 기업에 사회적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와 구직자들이 건강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을 선택하고 옹호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기업들은 변화를 강요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이자 투쟁입니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경영자에게 "너희의 이런 경영 방식이 결국 회사를 망치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라는 일침을 날립니다. 역설적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자기 방어 기제를 쥐어준 셈입니다. 경영자에게는 반성문이지만, 직장인에게는 생존권 선언문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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