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
김주상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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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 중 상당수가 객석을 채우지 못한 채 자부담으로 공연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력은 충분한데 관객은 오지 않고, 음반은 만들었지만 세상에 닿지 못하는 악순환.


김주상 저자의 『클래식 음악 레이블 운영 가이드』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연주자가 곧 기획자가 되고, 프로듀서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음악 사업가로 성장해야 하는 시대. 이 책은 그 여정을 안내하는 매뉴얼입니다.


17세에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과 영국 리즈대학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피아니스트 김주상. 예술가라는 이름의 견고한 성벽에서 내려와, 스스로 음악 사업가가 되기로 합니다. 그가 설립한 예술단체이자 레이블인 판타지아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이 책은 자립을 꿈꾸는 예술인들에게 도움됩니다.


기획연주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체득한 경험이 배어 있습니다. 이 책은 연주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지점을 짚어냅니다. 바로 콘텐츠로서의 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레퍼토리, 해석의 차별점, 관객과의 접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히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음악가에게 자신의 연주가 담긴 앨범은 자식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자식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립하려면, 단순한 녹음 이상의 비즈니스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공간의 울림이 곧 악기의 연장선입니다. 저자는 마이크 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티스트가 엔지니어의 영역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특히 소리의 잔향인 리버브(Reverb) 설정에 대한 그의 조언도 실용적입니다.


현대의 스트리밍 시장은 공간 음향을 요구합니다. 저자는 CD 제작을 위한 DDP 파일부터, 애플 뮤직 등이 요구하는 ADM BWF에 이르기까지 음악가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 규격을 설명합니다.


ISRC 코드를 발급받고 유통사와 계약을 맺는 과정은 행정의 영역이며, 이 행정을 장악하는 자만이 자신의 저작권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서 공연을 단순한 연주회가 아닌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법을 다룹니다. 친한 선후배 사이라서 혹은 관례라는 이유로 생략했던 계약서의 무서움을 경고합니다. 공연예술출연계약서의 문구 하나가 향후 발생할 저작권 분쟁이나 노쇼 상황에서 음악가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임을 강조합니다.


현장 운영의 디테일도 다룹니다. 공연 당일, 연주자는 무대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티켓 박스에 사람이 몰리고, 대기실 소음 문제가 발생하며, 리허설 시간은 부족하기 일쑤입니다.


일일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의 스태프를 구인하는 법에서도 음악 전공생 스태프와 비전공생 스태프의 장단점까지 비교하며, 공연 현장의 그림자를 관리하는 팁을 전수합니다. 관객이 느끼는 공연의 품질이 연주력뿐 아니라 서비스의 매끄러움에서 결정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클래식 음악가들이 가장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가장 절실한 자기 홍보의 기술을 다룹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하는 방법, 바이럴 마케팅 방법 등 요즘 시대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소개합니다.





업계 생리를 모른 채 뛰어들었던 우리 아이도 음반 기획과 제작, 유통 프로세스를 완주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확장된 감각과 마인드였습니다. 이 책은 당시 아이가 겪었던 실무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고 있어, 기획 및 레이블 입문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실전 바이블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레이블을 만드는 노하우를 넘어,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본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독일 국가장학금을 받고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믹싱 콘솔 앞에 앉고 포스터 디자인을 고민하는 김주상 저자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을 가장 온전하게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무능함을 포장하지 마라고 조언합니다. 김주상의 가이드를 따라 스스로의 무대를 만드는 순간, 당신은 단순한 연주자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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