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영어학교 - 알파벳 읽기 - 느려도 쉬어가도 포기하지 않는
하니티처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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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늦깎이 거북이들의 세상을 열어주는 『거북이 영어학교: 알파벳 읽기』. 저자 하니티처는 영어를 배우는 행위를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있는 세상을 넓히는 일"이라 정의합니다.


20살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한 영국 밴드의 음악에 매료되어 영어 문외한에서 해외 아티스트 전담 통역사로 거듭난 서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강남의 대형 어학원 등 소위 영어 교육의 메카에서 비즈니스 회화와 문법을 가르치던 저자가 왜 가장 기초적인 알파벳으로 시선을 돌렸을까요?


그 답은 할머니에게 있었습니다. 영어를 읽을 수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는 할머니의 고백은 세련된 영어 교육 콘텐츠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갈증을 대변합니다.


손녀의 마음으로 할머니를 직접 가르치며 어른들이 영어를 받아들이는 특유의 속도와 호흡을 체득했습니다. 복잡한 문법 이론을 걷어내고, 학습자의 눈높이에서 본질만 남긴 왕기초 영어책입니다.


전반부는 알파벳이라는 기호와 뇌가 친해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알파벳 26자. 대문자와 소문자의 괴리, 필기체의 굴곡 앞에서 초보자들은 길을 잃기 마련입니다.





대문자와 소문자를 나란히 배치하여 짝을 맞춰주는 구성은 뇌의 연상 작용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필기체 써보기도 은근 실용적입니다. 해외 브랜드 로고나 멋스러운 간판은 정자체보다 필기체에 가깝습니다. 좀더 눈에 익게 만듭니다.


A부터 Z까지 각 글자가 입 밖으로 나올 때 어떤 파동을 만드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저자의 전문성이 빛을 발합니다. '려운 용어 배제 원칙 아래, 혀의 위치나 입술의 모양을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3글자, 4글자 단어를 스스로 조합해 보는 단계에 이르면 성취감은 더 높아집니다. 이쯤되면 자신의 이름도 영어로 드디어 쓸 수 있게 됩니다.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글자 하나가 하나의 소리로만 고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중모음과 이중자음이라는 벽을 직관적인 덩어리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a_e`, `i_e` 처럼 떨어져 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음의 관계는 복잡한 음운론적 규칙으로 설명하지 않고, 하나의 약속으로 정의합니다. Cake나 Time 같은 일상 단어 속의 숨은 규칙을 발견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ee`, `ea`, `ou`, `ow` 등 딱 붙어 다니는 모음 덩어리들을 다루는 파트에서는 시각적 각인 효과를 활용합니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어르신들에게 `igh`가 '아이'라고 발음된다는 사실은 마치 마법과 같습니다.





`sh`, `ch`, `th` 같은 덩어리들은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 많아 고비가 되기 쉽습니다. 저자는 '슈', '츄', '쓰' 등 한글 표기법을 적절히 활용하되, 그 미묘한 차이를 40강의 동영상 강의를 통해 보완합니다. 소리의 생동감을 QR코드로 찍으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er`, `ir`, `ur`, `ar`, `or` 시리즈는 영어 특유의 굴리는 소리에 대해 재밌게 풀어냅니다. "얼~", "아알~" 같은 직관적인 의성어 표현은 공부를 즐거운 놀이로 바꿔놓습니다.


『거북이 영어학교: 알파벳 읽기』는 끝내 결승점에 도달하는 거북이의 우직함처럼 차근차근 진행합니다. 어려운 것을 아이도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은 사실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도 잘 못하는 일입니다. 하니티처의 설명법은 복잡한 문법 용어의 함정에서 구출해 냅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어 메뉴를 읽고 마트에서 SALE 문구를 보고 반가워하는 일상의 소소한 성취감입니다. 영어를 읽지 못해 위축되었던 시니어들의 어깨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당당히 펴져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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