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 드로잉 기초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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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벽지나 바닥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끄적이던 타고난 아티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과 정답 중심의 교육이 우리 손에서 연필을 빼앗아 갔습니다. 빈 도화지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막막한 공포는 고질적인 창의성 결핍 증상 중 하나입니다.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드로잉 기초』는 대한민국 미술 교육의 대부이자, 수백만 명의 똥손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김충원 저자의 워크북입니다.





거창한 유화 물감이나 디지털 태블릿은 필요 없습니다. 연필, 펜, 종이, 지우개만 있으면 됩니다. 선의 느낌에 따라 연필을 쥐는 위치와 각도도 다릅니다. 우리가 숨을 쉬듯 선에도 호흡이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엔 겨우 이런 기초를 시키나 싶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기초 스트로크 연습을 통해 손 근육의 긴장이 풀어집니다. ASMR처럼 종이 위를 지나가는 연필의 질감을 느끼는 과정 그 자체가 명상이 되기도 합니다.





드로잉이란 대상을 관찰하고 손의 움직임으로 감각을 번역하는 훈련입니다. 기초를 다졌다면, 이제 눈앞의 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선으로 옮기는 윤곽선 연습 단계로 넘어갑니다. 초보자가 범하는 실수는 내가 알고 있는 이미지를 그리려 한다는 점입니다. 김충원 저자는 보이는 그대로의 형태를 포착하는 법을 훈련시킵니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잡초나 베란다의 화분이 드로잉의 소재가 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예술적 배경으로 탈바꿈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기하학적인 기본 구조로 분해한 뒤, 점진적으로 세부 묘사를 더해가는 과정이 돋보입니다. 명료한 선으로 정돈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인물 그리기에 특히 취약한 저는 인물 파트가 유용했습니다. 유려한 곡선의 예술에 감탄하게 됩니다. 밑그림이 있어 따라그리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윤곽선이 대상의 뼈대를 만든다면, 톤 조절과 명암 표현은 그 뼈대에 생명력과 입체감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수직이나 사선으로 짧게 긋는 선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루고, 그 밀도에 따라 빛의 강약이 결정되는 해칭의 리듬감을 배우게 됩니다.


저자는 어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명암 표현은 기술적인 숙련도를 당연히 요구하지만, 이 책 덕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연필 한 자루로 일상의 소소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분들, 나만의 감성 노트를 완성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드로잉을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환기하는 생활의 기술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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