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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얼마를 더 벌어야 안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대인의 실존적 비명이 된 지 오래입니다. 금융 전문가 주정엽이 던지는 진짜 부에 대한 12가지 철학적 도발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시장의 광기와 공포를 가까이에서 목격해왔습니다. 원칙과 분석을 신봉하는 그는 단기적인 유행에 올라타는 감각적 투자 대신, 철저한 검증과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철학을 구축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산의 숫자를 늘리는 기술적 접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인간은 돈이 많아져도 여전히 불안한가?"라는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철학의 숲과 심리학의 골짜기를 뒤졌습니다. 이 책은 그가 수만 번의 거래와 사유 끝에 건져 올린, 돈을 다스리는 주권자의 태도에 관한 기록입니다.

먼저 돈의 존재론적 위치를 다시 설정합니다. 돈은 삶을 지탱하는 유용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의 주체성은 증발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돈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돈은 교환의 매개체라는 일차적인 역할을 넘어, 이제는 존재의 증명서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돈을 중심에 두는 삶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다층적인 가치들을 휘발시킨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 돈이 있는지 아니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 부와 자유를 동시에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돈이 우리를 부리는 악독한 주인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강조합니다. 하인으로서의 돈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돕지만, 주인이 된 돈은 우리에게 끝없는 갈증만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장 잔고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은 일종의 신화에 가깝습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것을 지키기 위한 비용과 에너지가 증가하며,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구속이 될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진정한 자유는 가진 양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을 빌려 충분함의 감각을 회복하라고 조언합니다. 타인의 SNS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안대와 같습니다. 적은 소유로도 평온할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돈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부의 강박을 해체합니다. 부자를 성공한 사람이자 더 나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걷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부=성공이라는 등식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환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가치관에 균열을 냅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특정 분야에서 자본을 획득하는 재능이 있다는 뜻일 뿐, 그것이 그 사람의 인간적 고결함이나 삶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번다는 명제는 달콤하지만 위험합니다. 부의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운과 구조적 요인을 인정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우리가 누리는 부가 온전히 자신의 공로가 아님을 깨달을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겸손과 사회적 책임감이 싹틀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장자, 칸트,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이 돈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저자는 철학이 돈 앞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실무 지침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재산을 남기는 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낸 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죽음 앞에서 돈을 더 벌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무엇이 진짜 자산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P. T. 바넘의 『돈을 버는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19세기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 그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한 팁을 안겨줍니다. 철학적 성찰로 정신을 무장하고, 바넘의 지혜로 실무적인 감각을 익힌다면 돈이라는 야생마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부리는 지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부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