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 의사 아빠와 아나운서 엄마가 함께 쓴 부모 필사 노트
김도연.오진승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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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라는 미성숙한 존재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한 글자씩 정성껏 써 내려간 김도연, 오진승 부부의 고해성사이자 치유록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김도연 저자와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통해 마음의 문턱을 낮춰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저자. 초보 부모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는 여느 부모들과 다름없이 흔들리고 불안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더 나은 오늘은 있다는 신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김도연 저자의 글은 정갈한 문장 속에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린 처절한 현실과 자아의 충돌을 가감 없이 담아냅니다. 육아를 시작하며 겪는 가장 큰 상실감은 나의 소멸입니다. 부모가 되면 없던 인내심이 생기고 성인군자가 될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잠이 부족해 예민해진 신경과 정돈되지 않은 겉모습에 절망하는 인간일 뿐입니다.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는 자기 돌봄이 선행되지 않은 육아는 결국 부모의 소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짚어냅니다. "엄마로 자라고 있는 나 자신에게 참 잘하고 있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세요. 내 아이처럼 나 자신도 정성을 다해 귀하게 돌봐주세요."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유독 엄마에게 희생의 프레임을 씌우곤 합니다.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욕구와 경력을 잠시 멈추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김도연 저자는 나라는 정체성에 엄마가 하나 더해진 것일 뿐 나 자신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슬픈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엄마가 행복할 때 아이에게도 더 깊고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부모가 자신의 행복권을 수호할 때, 비로소 아이는 행복한 어른의 표본을 보고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부부 관계는 육아라는 건물을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지지대입니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세상 그 어떤 조기 교육보다 강력한 정서적 유산이 된다는 점을 저자는 경험을 통해 증명합니다. 틈만 나면 남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며 "수빈이의 아빠 엄마이기 전에 사랑하는 사이니까요."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이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저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수천 명의 내담자를 상담하며 마음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서툴고 무력해지는 인간 오진승의 고백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실전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진승 저자는 의학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태도임을 짚어줍니다. 부모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매일 조금씩 업데이트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 육아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집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산후 우울증과 양육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는 아내의 고군분투를 곁에서 지켜보며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육아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가장 강력한 약은 배우자의 진심 어린 인정과 지지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빠의 역할이 단순히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행위를 넘어, 엄마의 심리적 기지가 되어주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부부가 육아관 차이로 다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겁니다. 육아를 부부라는 팀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바라봅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 기저에 깔린 아이를 향한 사랑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상기할 때, 갈등은 건강한 협력으로 전환됩니다.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에는 손으로 옮겨 적을 수 있는 필사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오진승, 김도연 부부는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라고, 대신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만나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육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보다, 부모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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