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 - 화려한 스펙보다 일로써 실력을 키우고 더 성장하기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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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SK그룹 평직원으로 시작해 부사장으로 정년퇴임한 아빠가 이직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 딸 J에게 건네는 이야기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


정현천 저자는 단순히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AI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일의 본질에 대해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이 책은 딸의 막막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방황하는 모든 일하는 이들을 위한 커리어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조언집의 외형을 띠고 있으면서도 한 직장인의 장기 관찰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정현천 저자는 38년간 재무, IR, 구조조정, 해외사업, ESG까지 폭넓은 업무를 경험한 뒤 부사장으로 정년퇴임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 행복과 성장은 양립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빠이자 선배 직장인으로서 끝까지 고민한 기록입니다.


저자는 직장 생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를 세 가지 축으로 정의합니다. 바로 ‘나’, ‘남’, ‘일’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쓸데없이 괴롭히거나 업신여긴다든지,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그 입장이 되어보려고 하지 않는다든지, 엉뚱한 일을 엉뚱한 시간과 장소에서 엉뚱하게 하고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식입니다.


우리가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자기 효능감을 상실했거나(나), 인간관계에서 고립되었거나(남),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을 잃었을 때(일)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저자는 리더든 신입사원이든 이 본질은 동일하며, 일단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합을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자가 꺼내 든 카드는 뜻밖에도 불교 용어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흔히 오만함의 상징으로 오해받는 이 단어를 저자는 진정한 자부심의 근거로 소환합니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기 일쑤입니다. SNS 속 동기들의 화려한 커리어와 나의 초라한 모습을 비교하며 자책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자부심을 가지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고 조언합니다. 첫째,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라. 둘째, 자신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라. 셋째, 꾸준히 스스로를 도와라. 특히 일 중독이 단순히 노동 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강박적으로 일과 연결하는 심리적 상태임을 짚어줍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코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남'과의 관계에서 핵심을 겸손과 공감으로 꼽습니다. 여기서 얀테의 법칙(Janteloven)이 등장합니다. 북유럽의 십계명이라 불리는 이 법칙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지 마라"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뛰어나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칙은 타인을 포용하기 위한 반우월 전략입니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갑질하지 않는 리더, 비굴하지 않은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넘겨짚지 않고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지는 태도야말로 협력의 정수입니다.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은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식의 훈계를 거부합니다.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3요?(왜요? 지금요? 제가요?)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유연하고도 날카롭습니다.


많은 기성세대 리더들이 '3요?' 질문을 들으면 불쾌해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일을 제대로 따지는 핵심 질문이라고 치켜세웁니다. '왜요?'라고 묻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고, 지금요?는 타이밍에 관한 것이고, 제가요?는 포지셔닝에 관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신입사원들에게 조언합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보라고 말이죠. 이 일이 왜 필요한지(리즈닝), 지금 시점이 적절한지(타이밍), 내가 맡는 것이 효율적인지(포지셔닝)를 스스로 납득할 때 일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을 활용해 일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법 등 실무적인 스킬도 잊지 않고 전수합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딸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이직은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를 보고 옮기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스템을 고려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원래 조직에서 잘한 일이 내가 잘한 것인지, 조직의 환경과 시스템의 뒷받침을 잘 받아서 잘한 것인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며 소위 성과에 도취하기 쉬운 직장인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그 조직의 시스템 덕분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직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분석입니다. 저자는 목표를 높게 잡되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태도, 그리고 이직 시 내 역량이 새로운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정현천 저자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가 딸에게 남기고 싶었던 것은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남과 함께 성과를 내는 지혜였습니다.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은 이 길이 내 길인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등대 같은 조언이 되어줍니다.


'나, 남, 일' 중 어느 축이 흔들리고 있는지 짚어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일의 철학을 구축할 로드맵을 세우는 데 도움 됩니다.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겸손으로 시작하는 관계 철학을 고민하고,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고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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