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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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퓰리처상 작가가 10년 추적한 성공 가문의 비밀, 저녁 식탁에서 시작된 탁월함의 경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The Family Dynamic』.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 저자는 가장 사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주제, 가족문화를 탐사합니다.


왜 특정 가문에서 대대로 의사나 예술가가 배출되는지, 어떻게 한 집안의 모든 자녀가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의 삶을 해부합니다.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가족 내에서 은밀하게 형성되고 작동하는 무형의 힘. 가치관, 기대치 그리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개인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치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이 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출장길에 나섰다가 잠시 맡겨졌던 다른 집의 저녁 식탁 풍경은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집은 매일 저녁 다양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문화였지만, 저자의 집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러 가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이 극명한 대조는 평생의 화두를 낳았습니다. 만약 내가 매일 저녁식사 때마다 토론하는 집에서 자랐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단순히 더 나은 환경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가족이 공유하는 가치와 시간이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성취 욕구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질문입니다. 부모의 기대나 능력 함양의 측면에서, 가족문화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런 요구는 아이에게 성장의 축복일까요, 아니면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부담일까요? 이 질문이 바로 여섯 가족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의 시발점이 됩니다.





성공적인 가족문화의 흥미로운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아이를 돕지 않는 용기입니다. 자녀의 실패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부모가 실패를 극도로 꺼리는 양육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통찰입니다.


그로프 가족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14세 딸 세라 그로프가 14킬로미터의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겠다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선언했을 때, 아버지는 보트를 타고 옆을 지켜주며 딸이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했습니다.


결국 세라는 마을 기록을 세웠고, 훗날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열망이 솟구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뒤로 물러서서 지지하는 절제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유튜브 CEO 등을 배출한 워치츠키 자매의 어머니 에스터 워치츠키의 양육 방식은 이 원칙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딸들의 리포트에 피드백을 적어주며 "이대로 제출해서 C나 D를 받아도 되고, 다시 써도 돼"라고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강요 없이도 자녀들이 스스로 최고의 결과를 향해 수정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기대치를 조용하고 강력하게 암시하는 문화적 환경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내면에 스스로 몰아붙이는 힘을 장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부모의 영향만큼이나 강력한 축은 형제자매의 상호작용입니다. 형제자매는 집 안에서 서로의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가장 열렬한 조력자입니다. 그로프 가족의 세라가 수영을 시작한 동기는 다름 아닌 언니 로런을 이기고 싶어서였습니다. 단순한 질투를 넘어 열렬한 동경에서 나온 경쟁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중 약 4분의 3이 형제자매 중 동생이었다는 사실은, 동생들이 손위 형제자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틈새시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단련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 안의 경쟁은 개인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무르기아 가족의 사례는 형제자매가 어떻게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주는지 보여줍니다. 형 알프레드의 발자취를 좇던 동생 카를로스는 그 기대를 발판 삼아 가족 최초의 라틴계 학생회장, 졸업생 대표까지 오르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대가족의 일요일 저녁 식탁에서 그들은 서로의 경력과 인맥을 공유하며 야망을 함께 키웠습니다.


브론테 자매의 경우처럼 형제자매는 서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세상에 나갈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형제자매간의 상호작용은 동일한 환경, 시간, 자원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비교하고 모방하고 경쟁하는 동시에 깊은 연대를 쌓는 매우 독특한 가족 문화의 핵심 축입니다.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좋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적 기질, 가족문화 그리고 우연(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성공적인 가족들은 자녀의 유전적 기질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 기질이 사회적 기술이나 창의성, 집중력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일상을 설계합니다. 가족문화는 유전적 스위치를 켜는 촉진 환경인 셈입니다.


저자는 운의 역할도 놓치지 않습니다. 사회학자 돌턴 콘리의 비유처럼 일부 가족은 공정한 몫 이상의 큰 행운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취재의 종착점에서 위대함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에 직면합니다. 높은 성취를 이룬 가족들의 삶에는 마음의 평화, 여유, 온전한 가족과의 시간 같은 일정 부분의 손실이 뒤따랐습니다. 성취란 결국 무엇인가를 얻는 여정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파울루스 가족의 어머니는 아무 조건도 흔들림도 없는 양질의 관심을 쏟았습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내적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성공적인 가족은 단순히 체크 리스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역량을 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 일상이라는 토대를 헌신적으로 설계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그 토대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해독하는 청사진을 보여줍니다.


더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만들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가족 간 대화 방식, 형제자매의 관계, 부모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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