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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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국보: 상·청춘편』은 요시다 슈이치가 작가 생활 20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장편소설로 가부키 세계를 무대로 한 인물의 일생을 담고 있습니다. 11월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둔 영화 <국보>의 원작소설입니다. 이미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입니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는 1968년생으로 2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활동을 시작해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이어 아쿠타가와 상과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미 다수의 작품이 영화화되며 스크린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그가 이번에는 가부키라는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한 세계를 배경으로 청춘의 찬란하고도 잔혹한 서사를 펼쳐냅니다.





『국보: 상·청춘편』은 키쿠오와 슌스케를 중심으로 일본 가부키 세계의 명문과 이방에서 온 인재가 만나고, 경쟁하고, 서로 다른 궤적을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본 전통예술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인간 군상의 욕망과 상처, 빛과 그림자를 담은 거대한 서사가 펼쳐집니다.


이 소설은 상, 하 두 권으로 구성되었고,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붙은 첫 권에서는 젊음, 성장, 타고난 재능이 발현되는 과정이 집중적으로 다뤄집니다.


주인공 키쿠오의 과거, 그리고 그가 감당해야 할 폭력과 생존의 현실이 소설 초반 아버지의 사건을 통해 드러납니다. 입문기의 서사는 출발선에 선 존재의 불안정함과 동시에 재능이 열리는 순간의 찰나적 충격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키쿠오보다 먼저 빛나는 인물인 슌스케의 존재가 구조적으로 대비됩니다. 그는 명문가 출신으로 혈통과 전통이 무대 위에 뿌리내려 있는 인물입니다. 이 둘의 대비는 단지 라이벌 구도만이 아니라 재능 대 혈통, 선택된 존재 대 선택된 자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라는 테마로까지 확장됩니다.


몸으로 배우는 예술이라는 가부키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뛰어난 배우 한 명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재능이 권력을 갖는 구조, 혈통이 재능을 평가하는 프레임,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목 국보가 시사하듯 이 소설에서 예술가로서의 승계는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연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 무대를 온전히 살아내는 존재여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혈통, 재능, 선택, 고난, 승부, 이별이 교차합니다. 


혈통으로 물려받은 가문과 명가, 외부인으로 들어온 키쿠오의 이질성과 도전, 무대 위에서 체득한 기술이 몸에 새겨지는 순간, 무대를 떠날 수 없음으로써 얽히는 인간관계, 예술가로서의 자각과 자기 이해의 변화 등을 세심하게 만나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가부키라는 세계의 흥미로만 읽기 시작했는데, 무대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 깊은 여운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소설 문체가 무대 해설자 혹은 내레이터식 어조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읽는 내내 무대의 객석에 앉은 듯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보는 존재이자, 내레이션을 듣는 존재로서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독특한 경험을 했습니다.


가부키라는 낯선 세계에 자연스럽게 입문되면서도, 그 세계를 예술가의 성장 이야기로 재구성한 서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청춘이란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이고, 그 뒤에 다가오는 책임과 고립, 예술가로서의 고독이 훨씬 더 깊이 따라옵니다. 젊은 날의 에너지뿐 아니라, 그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형태로 남는지 만나보세요.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한 사람의 존재가 예술과 맞닿고, 그 예술이 다시 한 사람을 만들고, 그 존재가 역으로 예술을 완성하는 순환이 담겨 있습니다. 국보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존재이자,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이 예술이 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남기는 존재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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