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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EN 숨쉼 여행 -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ㅣ Rainbow Series
김기쁨.김정흠.박은하 지음 / 여가로운삶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the GREEN 숨쉼 여행』은 김기쁨, 김정흠, 박은하 세 명의 여행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숨 쉬는 장소를 소개하는 여행책입니다.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Rainbow series의 네 번째 책입니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이 무지개 여행 시리즈는 취향의 여행을 보여줍니다. 여행을 장소가 아닌 감정의 경험으로 확장시킵니다.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색으로 기록한 아름다운 여정을 만나게 됩니다. 『the GREEN 숨쉼 여행』은 그중 초록, 즉 자연과 치유에 초점을 맞춥니다.
도심 속부터 바다 옆, 산자락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33곳의 숨쉼 여행지와 33가지 나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나무와 숲이 주는 치유의 메시지를 포착한 감성 에세이이자 여행책입니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시선이 직조해낸 초록 서사가 펼쳐집니다. 김기쁨 작가는 초록의 틈을 즐기는 일상 여행자답게 도심 속 공원과 역사적 공간에서 만나는 나무들을 포착하며 11곳의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강릉 오죽헌의 매화나무부터 함평 향교리의 개서어나무까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들을 선별했습니다. 특히 당진 면천읍성마을 대숲바람길 이야기가 와닿습니다. 2007년부터 진행된 면천읍성 정비복원 사업과 함께, 2017년 옛 우체국 청사에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이 나무가 자라는 방식과 닮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공간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무와 연결시키며 스토리를 풀어냅니다. 서울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의 버드나무, 청계천의 이팝나무, 효창공원의 무궁화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도심 속 나무들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얻습니다.
김정흠 작가는 발자국 위에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여행자로서 공간의 이면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헤맵니다. 자동차 엔진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만의 의식이 매력적입니다.
강릉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의 감나무부터 함양 상림공원의 참나무까지 11곳의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그가 선택한 장소들은 추억과 평온이라는 키워드로 관통됩니다. 그중에서도 마을의 방패막이 되어준 남해 물건리방조어부림 이야기는 생태학적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구례 산수유마을의 산수유나무, 산청 남사예담촌의 회화나무, 서귀포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의 왕벚나무까지 김정흠 작가는 각 나무가 품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포착합니다.
『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 등 베테랑 여행 작가인 박은하 작가는 초록 숲길을 거닐며 영감을 채집하는 여행자로, 실용성과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가평 경기도 잣향기푸른숲의 잣나무부터 증평 보강천 미루나무숲의 미루나무까지 11곳의 여행지를 큐레이션합니다.
서울 남산 소나무 숲 탐방로와 안산자락길의 메타세쿼이아는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반가운 장소입니다. 서울 정독도서관의 등나무, 창덕궁 후원의 향나무처럼 도심 한복판의 문화유산 속 나무들도 놓치지 않습니다.
『the GREEN 숨쉼 여행』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나무들에 대한 정보를 다룬 Deep GREEN 섹션 덕분에 깊이를 더합니다. From GREEN 섹션에서는 주변 명소도 함께 다루고 있어 여행의 반경을 넓힙니다.
봄날의 무료함, 여름의 불볕더위, 가을날의 쓸쓸함, 겨울 끝의 적막함. 우리는 각자의 계절을 지나며 살아갑니다. 그 계절마다 나무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숨 막히는 순간마다 나무는 그 계절에 맞는 방식으로 숨 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숨쉼 여행은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나무가 숨 쉬는 방식을 배우고, 그 곁에서 우리도 다시 숨 쉬는 법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매화나무는 이른 봄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고, 버드나무는 유연하게 흔들리며 폭풍을 견뎌냅니다. 배롱나무는 매끈한 껍질로 여름을 견디고, 느티나무는 거대한 그늘로 마을 사람들을 모읍니다. 먼나무는 제주 바닷가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친근하고, 계수나무는 가을이면 솜사탕 향기를 퍼뜨립니다. 책 속 33가지 나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법을 보여줍니다.

『the GREEN 숨쉼 여행』의 여행지를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리듬대로, 필요할 때마다,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방문하면 됩니다. 같은 곳을 계절마다 다시 찾는 것도 좋습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숨의 의미를 재발견하며 회복의 리듬으로서 숨쉼 여행을 보여준 김기쁨 작가, 기억이 쉬어 가는 그늘이자 사라진 것들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시간의 쉼표로서의 여행을 보여준 김정흠 작가, 감정의 풍경으로서의 숨쉼 여행을 보여준 박은하 작가. 각 여행지마다 숨을 돌릴 틈을 마련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숨결을 다시 듣게 합니다.
세 명의 작가가 온 마음으로 추천하는 33곳의 여행지는 결국 33가지 방식으로 희망을 만나는 경로입니다. 어떤 경로를 선택하든 나무 아래에 서면 우리는 다시 숨 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