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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인간 - 다가온 변화, 예견된 미래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공학자이자 창업가, 그리고 연구자라는 다층적 정체성을 가진 저자 반병현 대표. 행정기관 자문, 스마트파밍 특허, 현재의 AI 컨설팅 기업 운영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력은 AI를 개념적 논의가 아닌 실질적 도구와 동력으로 다루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AI 이후의 인간』은 AI를 둘러싼 과학적 이해와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까라는 피상적 질문에 그치지 않고, 기술의 뿌리에서 철학적 논쟁까지 확장하며 AI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AI가 모든 선택을 예측하고, 추천하고, 심지어 대신 결정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AI의 정체는 빅데이터 해독기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의 창의적 직관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압축하고 패턴을 뽑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는 기계라는 인류의 오랜 꿈에서 시작해 규칙 기반에서 통계 기반으로 진화한 AI의 여정을 따라가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1부는 AI의 기술적 기반을 다룹니다. 기계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의 경이로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1960년대 ELIZA라는 원시적 대화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GPT 계열로 이어진 발전사를 짚어주며 왜 기계가 언어를 다룰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를 학습하는 시대, 과연 창의성의 원천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AI가 때때로 천재처럼 보이는 이유를 우연성으로 설명하면서, 인간의 창의력과 AI의 생성 능력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는 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술과 창작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부에서는 AI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GPU에서 NPU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전쟁, 클라우드 패권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경쟁, 그리고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약진까지 복잡한 산업 구조를 정리합니다.

특히 바이브 코딩 논쟁을 다룬 부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최근 해고자의 40%는 개발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에서 보듯 고급 기술직이라고 여겨졌던 개발자들조차 AI의 도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AI가 판결문까지 작성할 수 있다는 사례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직이 마주해야 할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에 빠지지 않고,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제시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3부는 창작의 고통과 공존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계의 분노와 혼란을 예고합니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 사태를 통해 본 예술가들의 분노는 창작자로서의 정체성과 생계에 대한 위협이 동시에 드러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저자는 AI 업계를 사이버 도적단이라고 부르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진지하게 검토합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의 필연성과 창작자들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기술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출근하는 AI라는 표현은 우리가 곧 마주할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밥 대신 전기를 먹고사는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때,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런 업무에 AI를 투입해도 되나요? 라는 질문처럼 공공영역에서 AI 도입이 가져올 윤리적 딜레마를 예고하기도 합니다.
퍼스널 AI에 대한 논의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가족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AI가 등장할 때, 인간관계의 본질은 어떻게 변할까요? 저자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과 연결의 욕구라는 철학적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4부는 AI가 불러오는 근본적 철학 문제들을 다룹니다. 불쾌한 골짜기에서 대유쾌 마운틴으로 이어지는 주제를 통해 인간과 AI 사이의 감정적 거리감 변화를 암시합니다.
윤동주 시인을 닮은 AI처럼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 가져올 복잡한 문제들도 보여줍니다. 죽은 시인의 정신을 AI로 구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그것은 추모일까요, 모독일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의 딜레마를 통해 제기되는 윤리적 판단 문제, AI 판사는 인간보다 공정할까라는 의문에서 제기되는 정의와 공정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법리적 정의와 철학적 정의 사이의 간극을 AI가 메울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확대시킬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입니다.
『AI 이후의 인간』은 기술적 원리부터 산업적 파급효과, 인간관계의 변화, 그리고 철학적 질문까지 AI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총체적으로 조망합니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막연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전망을 보여줍니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 사태를 통해 본 예술계의 분노, 데이터 포이즈닝 어택 같은 신 러다이트 운동, 그리고 AI 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까지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기술을 호기심 많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 책입니다. AI 초보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이들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