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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
서은희 지음 / 이비락 / 2025년 8월
평점 :

다이어트 성공담이나 자기계발식 운동 에세이의 범주를 훌쩍 넘어서는 재미와 여운을 안겨주는 책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 몸을 통해 자기 인식의 방식을 바꾸었고, 나아가 마음과 삶의 구조를 전환해내는 여정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서은희 저자는 필명 서가앤북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인스타 서가앤핏으로는 운동의 기록을, 브런치 서가앤필로는 글쓰기를 꾸준히 공유해온 이웃입니다. 《공무원이여 회계하자》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공무원이자, 요가 13년 차에 헬스 5년 차 운동인입니다.
글과 운동을 함께 호흡해온 사람답게 이번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는 삶의 기록이자 보고서입니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바벨을 들었던 기록과 책방에서 사유를 확장했던 순간이 모두 응축되어 있습니다. 역시 글로 단련된 이가 전하는 운동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잘 넘어갑니다.

요가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20년 차 직장인이 허리를 삐끗한 후 헬스장 문을 두드린 것부터, 바디프로필 촬영과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취득까지의 5년간 여정을 차근차근 펼쳐 보입니다.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는 운동 초심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가득합니다.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부터 정신력보다 체력이 먼저라는 깨달음까지. 각 소주제마다 관련 도서를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 눈에 띕니다.
《움직임의 힘》, 《옥시토신 이야기》, 《석가의 해부학노트》, 《비폭력대화》 등 관련 도서를 통해 운동의 과학적, 심리적 배경을 토대로 서은희 저자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풀어냅니다. 총 40권에 이르는 추천도서들은 운동 관련서부터 철학서, 심리학서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릅니다.

확장된 읽기 경험을 선사하니 독서인의 입맛에도 딱입니다.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문학적 사고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독서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작가의 독서 경험과 운동 경험이 만나 완성된 북큐레이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PT를 사치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되었는지, 그리고 PT를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들려줍니다. 공짜로 할 수 있는 홈트나 야외 운동도 좋지만, 결국 지속성에서는 투자한 만큼 움직이게 되는 게 인간의 심리라는 겁니다. 게다가 병원비, 약값,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비용들을 생각하면 미리 몸에 투자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짚어줍니다. 이런 현실적인 조언들이 책 전반에 걸쳐 녹아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헬스의 정석》 책을 언급하면서 근력 운동에서 마지막 한 개를 더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짚어줍니다. 운동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통용되는 철학이기도 합니다. 한계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 그것이 진짜 성장을 만듭니다.
헬린이에서 벗어나 진짜 몸 공부를 시작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몸 공부의 최고봉은 바디프로필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끕니다.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한 준비 과정이 얼마나 철저한 몸 관리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걸 배우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의 마음가짐도 남다릅니다. 자격증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배우는 지식과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합니다. 해부학, 운동생리학, 트레이닝 방법론까지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는 책을 소개하며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강조합니다. 젊을 때는 외모를 위해 운동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 더 나아가 독립적인 삶을 위해 운동한다는 것. 이런 장기적 관점에서의 운동 철학이 책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개인의 변화가 가족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도 재밌습니다. 엄마의 요가, 아빠의 테니스, 쳐다만 보던 남편도 드디어! 저자의 운동 습관이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집니다.

《계속 가 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바쁜 현대인일수록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는 건 핑계이고, 오히려 바쁠 때일수록 체력이 받쳐주어야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젊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한 해 한 해 나이 들수록 딱 와닿는 인생 명언으로 다가옵니다.
제목인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는 운동하면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을 표현합니다. 근육에 말을 건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마음이 답해주더라는 겁니다. 실제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일 겁니다. 몸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아이디어가 샘솟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떠오르는 경험 말이에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저자는 몸이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몸이 곧 마음의 표현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합니다.
『몸이 묻고 마음이 답하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전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공감대가 높습니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헬스장과 책방 사이를 오가는 서은희 저자의 라이프스타일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번아웃을 경험한다면 체력을 길러보세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체력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체력이 받쳐주어야 정신력도 발휘할 수 있다는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유쾌하게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