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문장들 - 단단하게 나를 지키며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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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0년을 넘어 오늘의 마음을 다잡는 지혜 『다산의 문장들』. 국내 최고의 고전 연구가 조윤제 저자가 오랜 탐독 끝에 다산 정약용의 언어를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낸 책입니다. 배움, 고난, 인생, 성찰, 관계, 세상이라는 6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조선 최고의 지적 거인이자 동시에 정치적 풍파에 휩쓸려 18년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다산 정약용. 절망을 삶의 전환점으로 바꾸었고, 외진 방에서 묵묵히 500권에 달하는 저술을 남겼습니다.


『다산의 문장들』은 그 치열한 사유의 흔적을 바탕으로 삶의 고비마다 붙들 수 있는 93가지의 문장으로 건네줍니다. '단단하게 나를 지키며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부제처럼 품격 있는 어른의 길, 다산의 지혜에서 배워보세요.





다산의 삶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배움에 대한 끈기입니다. 정조 앞에서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엄격히 학문을 대했습니다. 조윤제 저자는 "스스로 타협하지 않고 바른길을 간다면 늦은 것 같으나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다."라는 다산의 지혜를 전합니다.


학습법과 자기계발서가 넘쳐나지만 다산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학문이든 삶이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입니다. 다산은 200년 전에 이미 꾸준함보다 더 본질적인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기'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빠른 성과와 효율만을 좇는 시대에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가는 태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유배 생활과 중병, 가난은 누구라도 좌절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그 속에서도 자기 길을 지켰습니다. "곤욕은 근심거리가 아니다, 곤욕을 괴로워하는 것이 근심이다."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어려움 그 자체보다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스스로를 무너뜨리니까요. 고난은 삶의 불가피한 과정일 뿐, 그것을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태도에서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통함을 만든 이는 누구인가?"라고 묻습니다. 남 탓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비통을 만든다는 일침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산은 시련 속에서 더욱 글을 깊게 다듬었고, 고난을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리셋 버튼 대신 강화 모드를 선택한 셈입니다.





다산은 예순의 나이에 자신의 묘지명을 직접 씁니다. 그것을 새로운 출발의 선언으로 삼았습니다. "삶에서 가장 절실하고 갈급한 순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새롭게 한다면 이미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라는 구절은 나이와 상황을 불문하고 자기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다산도 오늘날의 성과 중독에 빠져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시험과 출세에 매달렸던 20여 년을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라 부르며 "천하에 '나'보다 더 잃기 쉬운 것이 없다"라는 묵직한 경종을 울립니다. 중년의 위기라 불리는 시기에 던져볼 만한 울림 있는 문장입니다.


다산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습니다. 관계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것은 이해관계가 아니라 '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덕으로 사귄 벗은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라는 구절은 관계의 본질이 이해와 존중에 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다산은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외부의 비난보다 무서운 것이 자기 비하라고 말합니다. 자기 존중을 잃지 않고 타인을 대하는 것, 이것이 품격 있는 관계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SNS의 피상적인 인연이 넘쳐나는 시대에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가르침입니다.


다산의 문장을 통해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을 지키며 동시에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조윤제 저자의 『다산의 문장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좌표로 다가옵니다. 책 속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정신을 일깨우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처럼 다가오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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