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우정 -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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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서 성장한 한 사람이, 떠나보낸 두 존재의 빈자리를 안고 시작한 본격적인 노년 탐구의 여정. 김달님 작가의 에세이 『뜻밖의 우정: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어로 활동했지만 이번에는 궁금해하는 마음만을 들고 노인들을 마주했습니다. 누군가는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들의 삶은 소소한 순간마다 놀라운 반짝임을 품고 있었습니다.


총 3부로 구성한 『뜻밖의 우정』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노년이라는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1부에서 개인의 사연과 특유의 개성을 기록하고, 2부에서 노인의 삶을 단순히 타인의 것이 아니라 다가올 나 자신의 모습으로 비추어냅니다. 마지막 3부는 세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공감과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지만, 실제 일상에서 노년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남의 이야기로 취급되곤 합니다. 김달님 작가는 그 거리를 좁히려 합니다.


예순일곱 살에 검도 6단을 취득한 순자 씨, 여든에도 랩을 연습하는 정열 씨의 이야기는 기존의 노인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묘한 전율을 남깁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나이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말이죠.


일흔이 넘어 만난 홍자 씨와 옥순 씨의 이야기는 우정이 어떻게 나이를 넘어서는지를 보여줍니다. 겨우 밥솥이 똑같다는 이유로 한바탕 소리 내서 웃는 것처럼, 노년에도 웃음과 연대가 여전히 생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들려줍니다.


삶을 기록한다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미세한 순간에 귀 기울이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노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곧 나의 미래를 비추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든의 윤자 씨는 “작가님….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질문은 세대를 가로질러 울림을 남깁니다. 누구도 완벽한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 그러나 서로에게 건네는 것만으로 의미가 되는 질문입니다.


작가는 나이 듦을 억울한 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노인들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삶의 끝을 준비하는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곧 나의 예행연습이 됩니다.





작가는 노년의 삶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서로를 바라보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말하는 진정한 우정은 그저 동년배끼리의 친밀함이 아닌, 세대와 경험의 차이를 뛰어넘는 더욱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면 지금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이제는 영원히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한 노인의 고백이 울림을 줍니다. 청춘의 무모함과 노년의 과감함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용기의 원천이 됩니다.


무엇보다 작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너무 사소해서,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 노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해당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SNS에 올리는 사소한 기록조차도 사실은 살아가고 있는 나를 증명하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년을 부담으로 여기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밖의 우정』은 노년 세대를 특별히 영웅화하거나, 반대로 무력하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의 얼굴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 존중하며 그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정을 발견합니다.


노년의 삶이 결코 쇠퇴나 포기가 아닌,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진정한 자기다움의 완성 과정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노년이라는 지평을 통해 삶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뜻밖의 우정』. 단순히 노인에 관한 책이 아니라, 노인이 될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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