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김이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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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죽음이 가르쳐 준 삶의 새로운 문법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모든 딸과 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김이경 저자는 LG그룹 인사 총괄 임원으로 30여 년을 냉철하고 단단한 전문가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의 굳건한 중심을 흔드는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82세의 어머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그 충격은 저자를 계획에도 없던 은퇴로 이끌었습니다. 이 책은 그 전환의 순간에서 태어난 애도의 기록이자 사랑의 복원 일기입니다. 일에 매몰되어 놓쳤던 삶의 균열을 메우고, 뒤늦게 엄마를 향한 사랑을 다시 마주합니다.


"엄마를 보내기 위해서 내게는 ‘잘 치르는 장례’가 아니라 ‘제대로 애도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p205


1부 애도하다 편에서는 부재가 일깨우는 존재의 무게를 일깨워 줍니다. 엄마의 흔적을 좇는 과정입니다.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울음은 식탁까지 이어집니다.


엄마의 ‘별일 없제?’라는 목소리가 불현듯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엄마의 일상적 사소함이 곧 위대한 서사였음을 발견합니다. 사소한 일상의 위로가 가진 힘을 깨닫습니다.


실제로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의 대화와 반복되는 목소리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그 평범의 부재가 얼마나 큰 구멍을 남기는지를 보여줍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가족의 소리 없는 존재감을 환기시킵니다.


2부 추억하다 편에서는 딸이면서도 엄마 편이 되지 못한 후회와 함께 추억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재구성합니다.


"나는 ‘저 못된 년, 저 냉정한 년’이라고 하셔도, 결국 엄마는 나를 이해하고 항상 내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지도, 엄마 편이 되어주려 하지도 않았다." p73


저자는 오랫동안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에서 리더로 살아왔습니다. 수많은 조직원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조율하는 데는 능숙했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에게는 그 관대함을 내어주지 못했던 겁니다.





엄마는 언제나 기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녀들의 생일,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것들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며 돌봄을 제공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정작 엄마의 취향이나 꿈, 아픔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불평등한 기억 속에서 일과 성취에 매몰된 세대에게 울림을 줍니다. 성취의 언어로는 결코 환원되지 않는 사랑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3부 살아가다 편에서는 남겨진 자로서의 삶을 다룹니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 저자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새롭게 눈을 뜹니다.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버지의 노쇠함과 외로움을 보게 됩니다.


엄마라는 중심축이 사라진 뒤, 그 공백에서 아버지의 고독이 부각됩니다.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저 부모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맞이할 노년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모르면 몰라도 알고는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진실을 전합니다. 애도의 기록은 단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은 자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마음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때마다 엄마를 추억하는 글을 쓰면서 겨우겨우 붙잡아 놓습니다. 그리고 장례식과 별도로 작별식을 치르려 합니다. 애도는 정해진 의례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개인적인 작업임을 보여줍니다.


한 가족의 사적인 기록이지만, 자연스레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며 보편적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사랑은 준비 없이 끝나고, 후회는 준비 없이 찾아옵니다. 그 끝에 남는 것은 회한이자 추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랑해야 합니다.


상실을 통해 얻은 깨달음, 그리움을 통해 발견한 사랑의 의미, 애도를 통해 시작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기록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읽는 내내 잊고 살던 엄마의 목소리, 손길, 습관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뒤늦은 후회를 미리 줄이기 위해, 오늘의 사랑을 더 열심히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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