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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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3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매스'의 맷 파커가 삼각형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기계공학에서 출발해 물리학과 수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교사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거쳐 수학 커뮤니케이터가 된 그의 이력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여정이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에 담겨 있습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수학상 IMA‑LMS 크리스토퍼 지먼 메달을 수상하고, 자신이 발견한 소행성에 파이(π) 숫자와 본인 이름을 조합해 '(314159) Mattparker'라 명명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저자. 이번에는 가장 기본적인 도형인 삼각형이 과학, 공학, 음악, 예술, 게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추적합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삼각형의 힘은 놀랍습니다. 저자는 삼각형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보여줍니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 그려진 삼각형부터 현대의 GPS 시스템까지, 거리를 측정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의 근간에는 삼각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도의 개념이 얼마나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되는지도 탐구합니다. 2022년 NASA의 DART 프로젝트는 인류가 소행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각도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질량 500kg의 물체가 초속 6km로 돌진할 때, 충돌 각도의 차이가 곧 생존을 결정짓습니다. 삼각법은 우주 규모의 과제에도 필수입니다.


저자의 공학자 친구가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공학자들이 삼각형을 좋아하는 이유는 삼각형이 비틀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사각형은 비틀어져 평행사변형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직사각형이 비틀어지지 않게 하려면 대각선 구조를 첨가해 보강해야 합니다. 삼각형이 만드는 안정성의 과학을 깨닫게 됩니다.


바르셀로나의 고층 호텔 옥상에 콘크리트와 유리로 UFO 모양의 바를 만들려던 건축가들의 도전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콘크리트 접시는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유리 돔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지만 결국 해냅니다.


정이십면체의 표면을 수많은 삼각형으로 덮은 뒤 풍선처럼 팽창시켜 윗부분을 지붕으로 사용하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낸 겁니다. 삼각형의 기하학적 특성을 활용한 공학적 혁신의 전형적인 사례로 수학이 어떻게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2023년 수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모자(the Hat)' 타일 발견을 다룹니다. 비주기적 단일 타일, 즉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지 않는 하나의 타일이 드디어 발견된 것입니다.


50년 넘게 수학자들이 찾아 헤맸던 것이 삼각형의 파생형인 듯한 13변 다각형이라는 상대적으로 간결한 형태였다는 사실은 수학의 아름다움과 예측 불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영국에서는 이 발견이 주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모자'를 3D 프린팅으로 만들고 쿠키로 구워내는 등 대중문화 현상으로 발전했습니다.


삼각형의 연장선 위에 탄생한 원근법, 삼각측량을 이용해 세상을 탐험했던 GPS 이전 시대, 사인파의 조합인 소리 해석, DJ의 요청으로 만든 특별한 디스크 볼 등 삼각형이 어떻게 각 분야를 잇는 매개체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아주 쉬운 실험으로 완벽한 사인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상적인 행위에서도 수학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수학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자가 던지는 기발한 질문들이 재미있습니다. 샌드위치와 빵 껍질의 양이 동일하도록 삼등분할 수 있을지, 오토바이로 경주 트랙을 돌 때 각도가 얼마나 바뀔지, 사각형 말고 다른 모양의 타일로 바닥을 덮을 수 있을지 등 일상에서 문득 떠올릴 법한 궁금증들이 출발점이 됩니다.


맷 파커는 수학의 쓸모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삼각형의 유용한 면과 필수적인 면, 그리고 쓸모없는 면까지 모두 보여주겠다며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 자체에 가치를 둡니다. 그래서인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설명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탁월해 부담 없이 수학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 만듭니다.


스마트폰의 GPS부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기술 뒤에는 삼각형과 삼각법이 숨어 있습니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수학이 그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언어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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