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븐을 켤게요 - 빵과 베이킹, 그리고 을지로 이야기
문현준 지음 / 이소노미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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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울 을지로 한복판, 오래된 시장 골목과 낡은 건물 사이에서 한 사람의 오븐이 쉼 없이 켜지고 꺼집니다. 91년생 문현준 저자는 평범한 베이킹 애호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쳐 간 베이킹 모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동호회 애플리케이션 문토(MUNTO)에서 베이커즈를 운영하는 문현준 저자의 첫 책 <이제 오븐을 켤게요>는 빵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연결, 공간의 의미, 그리고 삶의 변화를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반죽을 치대는 촉각과 오븐에서 피어오르는 향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소금빵, 에그타르트, 밤식빵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돌게 하는 빵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놓습니다.





문현준 저자는 기술적 완벽함보다 함께 먹는 기쁨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설명은 구체적이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사브레 쿠키, 모카번, 파운드 케이크 등 빵이 만들어내는 서사의 힘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중심축은 빵이지만 을지로라는 독특한 배경도 한몫합니다. 베이킹 공간은 단순한 주방이 아니라 사연과 사람들이 오가는 열린 무대입니다. 방산시장, 우래옥, 세운상가 등 을지로의 오래된 장소들이 그 공간의 공기를 결정짓습니다. 도시의 날것 같은 온기를 전합니다.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합니다. 그는 누군가가 해 본 적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큰 만족감을 준다고 고백합니다. 결과보다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부터 실제 인테리어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까지, 자영업자가 되는 과정의 현실적인 면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공간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단순한 취미인으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베이킹 환경 자체가 참여자들의 경험을 좌우한다는 믿음이 이런 노력을 뒷받침합니다.





작가의 삶 속에서 빵이 스며든 흔적들을 볼 수 있는 생활 속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파리의 개구리 요리, 까다로운 동생이 인정한 르타오 케이크,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의 사소한 기억까지. 빵과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맛의 기억이라는 공통분모로 이어집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맛과 냄새로 환기되는 순간의 감정입니다.


빵을 굽는 행위가 사람을 모으고, 공간을 살리고, 일상의 리듬을 만든다고 믿는 문현준 작가. 베이킹이라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함께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을지로라는 독특한 로컬 무드 속에서 빵이라는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연대의 기록 <이제 오븐을 켤게요>. 오븐을 켜는 순간이 곧 누군가와의 관계를 여는 순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빵을 굽지 않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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