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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가락 콩이 발가락
건묵 지음 / 건묵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부모라면 “손가락 빨지 마!”, “입에 넣으면 안 돼!” 같은 잔소리를 반복하다 지쳐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이는 금세 잊고 다시 같은 행동을 하지요.
『내 손가락 콩이 발가락』은 이 지루한 반복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바로 쓴맛을 활용한 감각 체험 학습입니다. 눈으로만 읽는 그림책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그림책입니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쓴맛은 본능적인 경고 신호로 작동했습니다. 상한 음식이나 독성 식물 대부분이 쓴맛을 지니고 있었고, 인간의 뇌는 이를 빠르게 기억하도록 발달했습니다. 쓴맛이 단맛, 짠맛보다 훨씬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감각적 경험을 안겨준다고 합니다.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체험이 아이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내 손가락 콩이 발가락』은 일부 페이지에 쓴맛이 납니다. 이 쓴맛의 비밀은 특허받은 비터잉크(BitterINK)입니다. FDA 허용 비식용 안전 성분에 콩기름 기반의 친환경 무독성 잉크를 배합해 안전성을 확보했고, KC 인증과 제품 책임 보험까지 갖추었습니다. 안심하고 아이에게 책을 맡길 수 있습니다.
체험 가이드가 꼼꼼하게 실려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아이에게 쓴맛이 날 수도 있다는 호기심을 심어주는 장치, 아이가 직접 손을 움직여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체험 이후 부모가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방식까지 단계별로 안내합니다.
주인공 아이는 강아지 콩이의 말랑한 발바닥을 만지고 나면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넣습니다. 잔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상황입니다.
『내 손가락 콩이 발가락』은 잔소리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 스스로 깨닫게 돕습니다. 아이의 감각 경험에 공감하고 그 의미를 함께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물론 아이의 감각 민감도 차이에 따라 쓴맛 체험은 일괄적이진 않겠지만, 감각 교육의 혁명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책 속 특정 장면에 “이곳엔 쓴맛 마법이 숨어 있어요!”라는 안내와 함께 실제로 쓴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인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감각-기억-습관이라는 연결 고리를 적용한 『내 손가락 콩이 발가락』. 한 번의 쓴맛 체험은 단순히 놀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자극은 기억에 저장되고, 이후 같은 행동을 시도하려 할 때 무의식적으로 손이 멈추게 됩니다. 감각이 기억을 만들고, 기억이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이 곧 아이의 성장에 자연스럽고 강력한 학습이 되어줍니다.
위생을 고려해 쓴맛 체험 스티커가 여분으로 더 있습니다. 부모의 불안을 줄이고 교육적 효과를 더욱 높여주는 세심한 설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넘어 책임감 있는 출판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준 비터북스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