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뉴스보다 웃긴 상식의 반전극, 유쾌함으로 무장한 교양상식의 진수를 맛보세요. 조홍석 저자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일상생활 편>은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가리지날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이번에 2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지식은 힘이다’라는 문장은 진부한 격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것 혹은 안다고 믿는 것들이야말로 세상을 해석하는 렌즈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 렌즈를 조정합니다. 옳다고 믿었던 대부분의 상식이 실제로는 가짜 오리지날, 즉 ‘가리지날’이었던 겁니다.
일상생활 편에서는 의(衣), 식(食), 주(住),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가 얼마나 틀린 상식에 익숙한지 짚어줍니다. 먼저 의생활 주제에서는 정장, 단추, 지퍼, 치마와 바지 등 일상적인 아이템에 담긴 역사를 추적합니다. 프랑수아 1세와 헨리 8세의 정상회담으로부터 시작된 단추 이야기가 의외의 웃음을 안겨줍니다.
프랑스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1만 3,600개의 금단추를 달고 나타난 프랑수아 1세. 그러나 “정황상 프랑수아1세가 정중히 모셔야 했는데 단추 자랑을 했으니 동맹은 결국 결렬!”. 패션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줍니다. 재밌게도 프랑수아의 금단추에 빡친 헨리8세의 딸, 엘리자베스 1세는 이후 한 쪽 장갑에만 48개의 금단추를 달고 위세를 뽐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킬트가 사실은 전통의상이 아니라는 것, 지퍼(Zipper)라고 알고 있는 것의 원래 이름이 패스너(fastener)였으며, 가터벨트의 원래 용도가 남성용이었고 칸트의 발명품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저자의 시선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을 비틉니다.

‘식사는 정치다’라는 말을 증명하는 흥미진진한 사례도 등장합니다. 16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우리 한식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빵 등 각종 요리와 함께 한상을 차려서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6세기 프랑스 왕가에 이탈리아 정식 코스요리를 도입한 인물은 당시 14세 소녀였던 카트린 드 메디시스였습니다. 카트린의 결혼식 행렬에 요리사, 주방 제작자, 식기 제작자 등 400여 명의 수행요원이 따라가서 프랑스 왕가에 정식 코스요리와 스푼, 포크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요리의 전파가 단순한 입맛의 문제가 아닌, 권력과 문화의 흐름이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주생활 파트에서는 신화와 전설 속 숨겨진 진실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알라딘이 원래 중국 사람이었다는 사실, 산타클로스의 굴뚝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동심을 자극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파트에서는 근대 올림픽 창시자는 쿠베르탱 남작이 아니라 영국의 식물학자 윌리엄 브룩스 박사였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1850년부터 지역 스포츠 경기를 조직하며 고대 그리스 올림픽 부활을 꿈꾸었고, 월계관을 수여하는 등 실제 고대의 양식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실질적 창시자에 가깝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통념 파괴는 수영의 자유형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크롤 영법(crawl stroke)이며, 자유형은 사실 경기 종목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영법과 달리 자유영이 아니라 형으로 끝나는군요.
유머 감각 넘치는 대화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단숨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각 장의 서사는 상식으로 출발해 세계사와 철학, 과학, 경제를 종횡무진하며 모든 지식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적 관점을 전달합니다.
의외의 지점에서 만나는 지식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단추 이야기가 나폴레옹의 전쟁사로, 다시 조선의 근대화 과정으로 이어지는 전개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딱딱한 상식책을 넘어 이야기로 지식의 재미와 생각의 방향을 트이게 만드는 유쾌한 큐레이터입니다. 99%의 사람들이 의심 없이 믿고 있는 잘못된 상식들을 찾아내고, 그 원천을 추적하는 저자의 능력은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