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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 과도한 생각과 완벽주의를 끊어내는 불안 관리 솔루션
랄리타 수글라니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완벽한 척하며 살다가 번아웃이 왔다면 고기능성 불안장애일 수도 있다고?
HFA(고기능성 불안 장애, High-Functioning Anxiety)는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에서 조용히 불안을 증식시킵니다. 영국 심리학자 랄리타 수글라니 박사는 이 용어를 대중화하며 그 이름조차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을 통역해 주었습니다.
틱톡에서 #highfunctioninganxiety 해시태그로 1억 6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한 저자는 수많은 내담자들과의 심층 상담에서 길어낸 통찰을 통해 이 감정적 질병의 실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수글라니 박사가 말하는 HFA는 겉으로는 완벽하고 성실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자기비판과 의심, 두려움으로 갈기갈기 찢겨 있습니다.

HFA의 대표적인 증상 7가지를 명시하고 그것이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생존 패턴임을 짚어줍니다. 완벽주의, 파국화, 비판에 대한 두려움, 예기 불안, 과도한 책임감, 과도한 성취 지향, 통제 욕구.
각각의 증상은 서로 얽혀 있으면서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 목록에 스스로를 대입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이 얼마나 '괜찮은 척' 위에 서 있었는지를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높은 기준을 정해두었고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엄격한 기대와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p.47)
더 높은 성과를 통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갈망은 곧 자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아무리 남에게 잘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 결핍은 결국 자기 인식의 결여 때문인 겁니다.
저자는 HFA의 기원을 파헤칩니다. 유년 시절 형성된 애착 패턴과 핵심 신념이 HFA라는 퍼즐의 키가 됩니다.
"부모님에게 부담을 주거나 ‘버거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이 원하는 길에서 벗어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p.96)
이런 경험은 성인기까지 연장되어 남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삶을 낳습니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패턴은 어느 순간 자신을 억압하는 족쇄가 되는 겁니다.
저자는 총 5단계의 HFA 극복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각 단계를 통해 자신의 감정 구조를 이해하고 해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1단계는 패턴을 확인하고 숨겨진 자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감정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2단계에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불안을 키운 환경적 요인과 애착 패턴을 복기합니다.
3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재의 나와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핵심 자아와 연결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합니다. 이 단계는 자아 통합의 출발선입니다.
4단계는 민감성을 인정하고 자신을 신뢰하는 연습입니다. 자기 수용의 문턱이며 자기 긍정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 구간입니다.
5단계에서는 자기 자비를 실천합니다. 이 단계에서 타인을 위한 인생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포용하면 그게 결함이 아니라 캔버스에 독특하고 놀라운 색채를 더하는 붓놀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며 HFA에서의 회복은 치유라기보다 통합의 과정임을 암시합니다.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끌어안아야 할 자신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후반부에서는 실질적인 도구와 워크시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성된 45개의 워크시트를 통해 자신의 감정 반응과 사고 패턴을 점검하게 됩니다. 과도한 책임감과 완벽주의라는 거대한 얼음덩이 위에 올라가 있던 이들에게,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불안에 갇힌 감정 구조를 파헤치고, 스스로를 구조하는 법을 알려주는 치유의 매뉴얼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불안에서 자유로, 타인의 시선에서 나의 중심으로. 변화는 지금부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