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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탈출법 -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
함영준 지음 / 북스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무너진 심장에서 건져 올린 7가지 회복의 기술 <우울탈출법>.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어두운 그림자를 하나쯤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삶을 완전히 덮을 때, 어떻게 다시 빛을 향해 걸을 수 있을까요?
<우울탈출법>은 그 질문에 대해 겪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함영준 저자는 베테랑 언론인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던 중 루미네이션과 무기력, 공황발작에 시달린 고통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무너진 심장에서 건져 올린 7가지 마음 기술을 통해 다시 살아난 한 사람의 기록을 내놓았습니다.
루미네이션(rumination) 개념을 통해 우울증의 핵심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루미네이션은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적으로 곱씹는 사고 패턴을 말하는데, 저자는 “마음이 납덩어리처럼 무겁다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탈하다가 우울, 상실감, 자책감, 후회, 죄책감 등이 하루에도 수없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했다”라고 표현합니다.
급격히 무너지는 심신, 반복되는 불면과 공황발작. 저자는 불면의 밤에서 경험한 극단적 공포를 고백합니다. “갑자기 숨이 콱 막히면서 의식이 깨어났다… 심장이 맹렬히 뛰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내 귀에 천둥처럼 들렸다”라는 구절은 우울증이 단순한 우울감을 넘어선 실존적 위기임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도 관찰자의 시선을 잃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기자로서의 본능이자 생존 본능이기도 했던 이 시선은 결국 병원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새벽 운동과 글쓰기라는 루틴을 만들게 합니다.
그 결과 우울증 극복의 첫걸음은 약물요법처럼 외부의 도움을 받되, 회복의 동력은 결국 스스로의 의지와 자기이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자는 회복의 길을 취재하듯 탐구하며 7가지 회복 기술을 발견합니다. 운동, 자연, 즐거움, 일, 명상, 영성, 심리학. 이 일곱 가지는 삶을 다시 구성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자생력의 시작은 몸을 움직이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울감에 무너진 저자가 매일 새벽 운동화 끈을 묶고 자연으로 향한 이야기는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는 의식이 됩니다. 저자는 우울증 완화를 돕는 운동법을 소개하며 운동이 사고의 반추를 멈추게 하는 힘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는 집 근처 공원, 산책로, 조용한 골목길 등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외감 산책이 도움되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자기중심적 사고를 넘어서는 경험이자 루미네이션을 멈추는 방법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울증의 특징은 사소한 기쁨마저 색을 잃게 만듭니다. 저자는 의식적으로 작은 즐거움을 찾고, 맛보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우울을 이기는 기쁨의 기술을 체득합니다. 그가 말하는 일상의 소확행은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을 한 줄기 빛으로 이끄는 작은 연습입니다.
삶을 복원하는 힘은 결국 일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기자로서, 또 명상 프로그램 운영자로서 활동한 경험을 통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우울을 넘어선 인생 2막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정신건강 전문매체 『마음건강 길』 창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내 마음을 내가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됐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 마음의 훈련장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심리학 공부는 저자에게 ‘내 그림자’를 발견하게 합니다.
내향성은 부끄러운 결함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절반이자 소중한 일부라는 인식은 자책과 불안을 이해하고 껴안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행동심리학, 인지행동치료, 상담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들려줍니다.

우울증은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저자는 몸소 겪었습니다.
링컨, 처칠, 니체, 헤밍웨이 등 역사적 인물의 우울증 사례를 들며 우울은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묻고 답하는 자기탐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울증 치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이 질문들에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우울증 치료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우울 탈출법>은 그저 다 잘될 거야라는 가벼운 위로를 하는 책이 아닙니다. 철저히 무너진 한 사람이 스스로를 실험하며 찾아낸 회복의 지도입니다.
언론인, 공직자, 명상가, 심리학 연구자, 그리고 우울증 생존자라는 다층적 정체성을 가진 함영준 저자의 이야기는 무너진 마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자 무너져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살아있는 치유의 증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