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다산의 말 - 혼란속에서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
민유하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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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초역, 다산의 말>. 민유하 작가는 다산의 원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고전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는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말보다 태도가 중요해진 시대에 고전의 말들이 어떤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박해사건에 연루되어 18년간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외딴 섬에서 홀로 보낸 이 시간은 그에게 절망이 아닌 성찰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혼란속에서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는가'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다산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삶의 철학을 빚어냅니다.





<초역, 다산의 말>은 다산어록청상, 사학징,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흠흠신서, 다산시문집, 목민심서 등 다산의 원문을 보여준 후, 현대어 번역과 함께 지금의 삶과 감정에 맞닿는 문장으로 새롭게 풀어냅니다.


첫 번째 장은 삶의 중심을 지키는 법에 대한 다산의 조언으로 시작합니다. 조급함을 넘어서는 연습, 혼란속에서 방향 찾기, 스스로를 인정하는 시간 등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방법을 만나게 됩니다. 초라함 속에서도 피어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다산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행함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여유당전서』의 구절은 불안심리를 꿰뚫습니다. 작가는 불안은 멈춰 있을 때 더 커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금씩 작아진다고 해석합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책상 정리를 하거나, 마음을 다잡는 문장을 써보는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가 불안의 흐름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배움에 대한 다산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배움이 멈춘 듯 보일 때, 배움 앞에서 작아질 때, 공부가 쓸모없어 보일 때 등의 이야기들은 평생학습 시대에 겪는 고민들과 닮았습니다.


다산은 "사람이 배우기를 멈추는 순간, 늙는 것이다"라고 『다산시문집』에서 말했습니다. 저자는 배움은 나이를 가리지 않으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고 절실한 배움이 시작된다고 해석하며, 다산도 말년에야 비로소 자신다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지식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정보 과잉 시대에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다산이 중시했던 것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삶에 적용하느냐는 태도였습니다. "설명하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은 진정한 이해와 피상적 암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세 번째 장은 관계에 대한 다산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소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유용한 메시지들입니다. 다산은 "말의 무게는 살아온 길에서 나온다"라고 했습니다. SNS 시대에 가볍게 던져지는 수많은 말들과 대비되는 통찰입니다.


저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말을 아낀다는 해석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보여준 침묵의 힘, 그 안에서 익어가는 사상의 깊이를 현대적 언어로 표현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지켜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다룹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작은 반복의 힘 등 평범한 일상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지키는 단단한 태도로 필요한 겸손의 가치는 자기PR 시대에 역설적인 지혜를 안겨줍니다. 다산은 "큰 사람은 조용하게 깊이를 드러낸다"라고 했습니다.


더불어 꾸준한 일상의 가치를 강조하며 조용한 하루의 성실함이 삶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버텨낸 하루는 작지만 확실한 승리"라는 메시지는 매일을 견뎌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말보다 태도, 지식보다 실천을 중시한 다산의 철학을 담은 <초역, 다산의 말>.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살아낼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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