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월드 - 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
수전 케이시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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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는 인간의 깊은 여정을 다룬 <언더월드>. 전미 잡지상 수상 경력과 「오프라 매거진」 편집장 이력,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스콰이어」 등 유수의 매체에 글을 실어 온 저널리스트 수전 케이시는 취재를 넘어 실제로 탐험선에 탑승해 심해를 목격하고 체험하며 이 책을 펴냈습니다.


바닷속 신비로운 생명과 과학적 발견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왜 끝없이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지 그리고 그 여정이 우리 존재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보여줍니다.


바다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역사·과학·철학·인문학적으로 확장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심해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 풍경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의 집념과 도전, 심해를 바라보는 우리의 욕망과 책임까지 짚어냅니다. <언더월드>는 해양 탐사 기록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탐사 기록으로 완성됩니다.


심해(深海).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해지면서도 으스스한 기분이 듭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고 금지된 세계로 거침없이 내려간 대담한 여정을 담은 <언더월드>를 읽으며 바닷속 풍경 너머의 진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16세기 가톨릭 사제 올라우스 망누스가 제작한 『카르타 마리나』에는 상상 속 괴물들이 심해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바다뱀과 크라켄이 선원들을 집어삼키는 상상 속 지옥 같은 심해는 두려움과 무지의 공간이자 인간의 상상이 빚어낸 공포의 저장소였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이런 미신을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해저에 전신 케이블을 설치하면서 바다는 미지의 공포에서 탐구의 대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심해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인류는 드디어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더불어 목숨을 건 심해 개척자들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아버지가 설계한 트리에스테 호를 타고 아들 자크가 돈 월시와 함께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수심 1만 1,000미터)에 인류 최초로 도달하며 인간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열망의 산증인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심해로 내려갔는지, 어떻게 탐사 기술을 진화시켜왔는지를 추적하면서 인류가 심해라는 암흑을 향해 내디딘 첫발의 의미를 되짚습니다.


연구선에 승선해 심해 관찰 시스템 RCA로 심해 열수공을 목격합니다. 빛 한 줄기 없는 세계에서 생물발광으로 스스로를 밝히는 생명체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경외감을 자아냅니다. 차갑고 고요한 심해에서 분출되는 열수공과 새로운 지각의 형성, 거기에 기생하는 독특한 생태계까지 이 모든 것이 심해를 활동과 창조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어서 트라이턴의 수장 패트릭 레이히와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 등 현대 심해 탐험의 아이콘들이 소개됩니다. 첨단 잠수정 리미팅 팩터 호, 파이브 딥스 탐사 등 심해를 향한 도전이 열정과 사명을 품은 개인들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 예상치 못한 사고, 심해의 거친 환경이 인간을 시험하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도전합니다.


보물찾기 같은 흥미진진함을 선사하는 해양고고학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전설적인 스페인 갈레온 선 '산 호세 호'를 평생을 바쳐 추적한 로저 둘리. 이 보물선의 행방은 심해가 품고 있는 수많은 비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심해는 과학의 공간일 뿐 아니라 수많은 인간사가 잠들어 있는 역사적 현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해양고고학자들의 시선은 심해를 돈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시도와 달리 기억과 이야기로 읽어냅니다.


저자는 트라이턴의 새로운 잠수정 '넵튠 호'를 타고 심해로 내려갑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박광층을 지나 심해의 압도적 고요와 어두운 푸른색을 체감하는 순간. 그곳은 섬뜩하면서도 신비롭고, 낯선 생물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예술 작품 같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이슈도 가져옵니다. 심해 광물 개발, 난파선 약탈, 심지어 심해생물의 유전자 특허까지 돈을 위해 바다를 파괴해온 역사를 비판합니다. 심해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생태계라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베스코보와 함께 하와이 제도의 로이히 해저화산 탐사에 동참한 저자는 심해와 다시 연결된 감정을 고백합니다. 심해는 두려움과 무지를 넘어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경외의 공간이자 생명과 지구의 비밀을 간직한 깊고 고요한 스승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언더월드>의 사진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도 그 경이를 간접 체험하게 됩니다. 우리 집 아이도 심해어에 관심이 높아 바이퍼피쉬(독사고기) 표본을 가지고 있는데 저 역시 첫인상이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무시무시한 비주얼과 달리 예상보다 작은 크기에 깜짝 놀랐거든요.


탐사 그 자체의 스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심해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언더월드>.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심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짚어주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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