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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퍼플에디션) ㅣ 마음시선 클래식 2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900년 L. 프랭크 바움이 창조하고 21세기까지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아이들과 어른들의 동화로 두 세기를 관통해왔습니다. 북컬렉터를 위한 마음시선 클래식 두 번째 <오즈의 마법사 퍼플에디션>은 이야기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소장가치 있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격을 높이는 벨벳 느낌의 표지와 양장본 판형에 본문 전체가 퍼플 계열로 인쇄되어 독특한 미감을 선사합니다. W. W. 덴슬로우의 원화가 그 매력을 한층 극대화합니다.
주디 갈런드 주연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 아이 어릴 때 영어 공부용으로 구입하고선 수없이 돌려봐서 추억의 명작이 되었습니다. OST 〈Over the Rainbow〉는 여전히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는 명곡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퍼플에디션>을 읽으며 이야기와 멜로디가 함께 각인된 작품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던 시절이었다면 지금 다시 보니 그동안 못봤던 것들이 눈에 띕니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낯선 세계에 떨어진 한 소녀의 모험담이라고 여겼던 동화에서 이제는 이 고전이 품고 있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오즈에 도착하는 첫 장면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난 비일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의식의 문턱입니다. 우리가 겪는 예기치 못한 변화나 혼란, 그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현실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의 백미는 도로시가 만나는 세 친구들과의 여정입니다. 허수아비는 지혜를, 양철 나무꾼은 마음을, 사자는 용기를 원합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결핍입니다. 자신감 없는 상황의 전형인 겁니다.
도로시가 열망했던 집으로 가는 길은 다사다난합니다. 새로운 위협들 속에서 도로시 일행은 연대와 신뢰를 통해 점점 성장합니다. 각자 다른 욕망을 가진 이들이 목적을 향해 함께 걸어간다는 설정은 협업과 공동체 정신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반전은 역시 무서운 오즈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오즈를 통해 권위의 허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인들의 공약, 기업들의 마케팅,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까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오즈들이 실제로는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게 만듭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동화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은 어른스러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자기 믿음의 회복을 따뜻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그리고 도로시는 우리 모두의 일부입니다. 저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어떤 위기나 결핍 앞에서도 나 자신을 믿고 전진할 수 있는 내적 힘의 회복을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