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이 온다 -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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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00년대생은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고, 정보는 검색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른바 실패를 최소화하는 세상을 선호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 세대는 정규직조차 조금 긴 임시직인 셈으로 바라보며 직장이라는 제도에 실질적인 기대를 두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자기를 잠시 구독하고 있을 뿐이라는 마인드를 가졌다고 합니다. 직장은 OTT 구독 서비스와 같은 개념입니다. 언제든 구독을 취소할 수 있고,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갈아탈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입니다.


임홍택 저자는 이 세대를 탈회사형 인간, AI적 인간으로 정의합니다. 중요한 건 이들의 이런 속성이 미래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점점 보편적인 인간형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2000년대생이라는 집단을 단지 연령이나 출생 시기로만 규정하는 대신, 초합리적 사고방식과 초개인주의, 초자율성을 지닌 하나의 인식론적 존재로 바라봅니다.


과거의 효율은 빨리빨리 속도 중심의 문화였지만, 2000년대생에게 효율은 다릅니다. 동료와 관계를 쌓기 위한 저녁 회식은 낭비입니다. 차라리 MBTI로 상대방의 유형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연결합니다.


"정해진 유형으로 상대를 분류하고 판단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 (p.95)이라며 정서적 피로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가졌음을 짚어줍니다. 인간관계의 깊이나 정은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잘못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한국 사회의 융통성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합니다. 2000년대생은 규칙이 명확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애매함은 부담이며, 상사의 눈치는 기준이 아니라 스트레스일 뿐입니다. 이들에게는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기본값입니다.





2000년대생은 디지털에 완벽히 익숙합니다. 정보 습득도, 이해도, 모두 효율 위주로 재편됩니다. 그 결과 생각하는 방식조차 인공지능과 닮아갑니다. 하이컨텍스트 문화에서 로우컨텍스트 문화로 이동 중인 이 시대에 이들은 더는 암묵적 분위기나 함축된 뉘앙스를 이해하지 않습니다. 맥락 없는 대화는 잘못이 아니라 방식의 차이입니다.


무제한 콘텐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선택에 지칩니다. 동시에 비교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셀럽과 나의 경계도 사라졌고, 모두가 SNS라는 무대에서 스스로를 브랜딩 합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프로필은 자기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하게 합니다.


임홍택 저자는 2000년대생 인간형의 정체성을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이라는 키워드로 짚어줍니다. 식당 선택도, 소비 결정도, 인간관계까지 합리화된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선택의 끝에 따뜻함이 없더라도 최적화된 선택이라는 믿음이 이들을 지탱합니다.


관계는 필요에 따라 선택하며, 책임은 최소화합니다. 개인 보호주의라는 태도로 무장합니다. 더불어 고용 안정성보다 시간과 공간의 자율성을 추구합니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복지나 정책의 틀을 넘어서 세대 정체성의 문제로 풀어냅니다. 이들에게 출산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감정이나 책임이 아닌 손익계산의 문제입니다.


<2000년생이 온다>가 제시하는 갈등 해법의 핵심은 이해가 아니라 합의입니다. 세대 갈등은 결국 문화 충돌입니다. 그리고 문화 충돌은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서로의 방식에 대한 인정과 합의로만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요즘 세대의 대표 멘트 중 하나가 "받은 만큼만 하겠습니다"입니다. 명확한 계약관계와 책임의 분배를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입니다. 저자는 이를 도덕성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로 환원합니다. 명확한 룰이 있다면 따르고, 없다면 요구하는 것이 이 세대의 정직한 방식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더 이상 2000년대생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용기입니다. 조직과 사회는 이 세대에게 실패를 허락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할 기회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어떤 세대가 먼저 합리적으로 감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동시대적 인간 이해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이며 우리가 맞이한 시대의 문화적 전환을 탐사하는 철학적 제안입니다.


사회초년생이 된 제 아이를 통해서도 실감해온 내용이기도 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를 구성해나갈 주체가 된 이 세대의 관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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