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 - 호기심이라는 배를 타고 ‘우리’라는 섬에서 ‘그들’의 세계로
스콧 시게오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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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콧 시게오카의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은 극단적인 양극화와 혐오, 불신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정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호기심을 단순한 정보 탐색의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관계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진심으로 연결되는 길을 여는 초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 종교적 세계관이 상반된 사람, 나와 사회적 위치가 극명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두려움이나 혐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 틈에 호기심이라는 다리를 놓습니다.


우리는 호기심을 단지 궁금한 걸 알아내려는 힘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자는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정보 수집 수준에 머무는 '얕은 호기심'과 관계와 세계관을 전복할 수 있는 '깊은 호기심'으로 말이죠.


"얕은 호기심이 우리를 살아남게 했다면, 깊은 호기심은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가게 이끈다." - p45


깊은 호기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캐내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도구입니다. 이런 태도는 특히 '다름'을 마주할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얕은 호기심은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알고 싶어하지만, 깊은 호기심은 왜 그렇게 믿게 되었는지를 알고자 합니다.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은 호기심 실천 도구로 DIVE 모델을 소개합니다. 고정관념과 확신을 내려놓는 Detach (벗어나기), 대화의 태도와 맥락을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Intend (의도하기),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인식하는 Value (가치 있게 여기기), 상처와 갈등의 순간마저 받아들이는 Embrace (수용하기)입니다.


깊은 호기심을 단련하는 네 가지 훈련인 셈입니다. 가족 모임에서 정치적 논쟁이 벌어졌을 때 DIVE 모델을 떠올려 보면 어떤 전환이 가능한지 상상해보세요.


상대방의 말에 반박부터 하기보다 그런 생각은 어떤 경험에서 비롯되었는지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화의 결은 달라집니다. 호기심은 더 이상 소극적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 행동 전략입니다. 호기심이 바꾸는 것은 세상보다 먼저 나 자신입니다. 이 책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안의 변화를 위한 장치입니다.





그는 트럼프 집회에 잠입하며 자신도 몰랐던 편견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들은 인도주의자였고, 부모였고, 가족과 봉사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의 호기심은 상대방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켰습니다.


이런 변화는 비단 미국의 보수와 진보 간 대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도 정파적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 지역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증오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른 선택처럼 느껴지는 시대, 저자의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입니다. 관심을 갖자. 질문을 던지자. 다가가 보자고 합니다.


물론 모든 호기심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호기심의 윤리적 경계를 다루며 호기심이 타인의 고통이나 사생활을 침범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호기심은 도구이지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충만합니다.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된 시대에 호기심이라는 다리를 놓는 것,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요.


깊은 호기심은 단지 앎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를 위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저자는 호기심의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 짚어줍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때 상대도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그 접촉이 세상의 갈등을 전부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연결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에코 체임버 안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고, 뉴스는 우리의 편견을 확증해주는 정보만 제공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진보적 성향의 동양계 미국인이자 정신적 퀴어인 하와이 출신 교수 스콧 시게오카의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은 이런 현실에 정면으로 맞선 한 연구자의 용기 있는 실험기입니다.





호기심을 단지 심리학적 개념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인간 본연의 힘, 우리가 잊고 있던 서로를 향한 본능적인 관심으로 되돌아가자는 제안입니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열의 시대에 필요한 연결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별에서 온 그들과 친구 되는 법>.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탐구서입니다.


호기심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힘을 어떻게 깊이 있게, 의미 있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겠죠.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건설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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