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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ㅣ 서사원 중학년 동화 10
송승주 지음, 지수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마법 요리로 배우는 언어의 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개짜증", "어쩌라구", "치!".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말버릇이 한 가지씩은 있을 거예요.
바른말을 쓰자로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언어의 무게를 깨닫고 고쳐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로 이 동화책이 그렇게 만들어줄 거예요.
학교 급식실에 새로운 영양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이름은 계굴희. 이름도 범상치 않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연두색 머리입니다. 등장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계선생님은 무쇠 솥과 나무 주걱으로 직접 요리를 합니다. 게다가 급식 메뉴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 '개짜증 짜장밥', '치치치! 치즈 스마일 버거'…. 이 급식의 정체는 아이들의 말버릇에 있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말끝마다 "라구~"를 달고 삽니다. 어쩌라구?라는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참 듣기 싫죠. 듣는 사람 기분이 어떨지는 안중에도 없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방어하거나 표현하기 위한 습관적인 말버릇입니다.
말투 하나로도 친구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작은 일이 커져버리는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저자는 이 익숙한 장면을 말버릇이라는 주제로 녹여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으로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가 나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이 급식을 먹고 나서부터 귓가에 라구~ 말라구~라는 소리가 맴돌고, 그 후로는 자신도 모르게 다정한 말투가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니 "개짜증", "치!" 말버릇은 어떻게 고쳐질지 벌써 기대되더군요. 흥미로운 건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어서 책을 덮을 때까지 기대감을 안은 채 읽게 됩니다.

왜 나는 늘 그런 말만 입에 달고 살았을까?, 그 말이 친구들에게 어떤 느낌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까지, 말을 바꾸는 것은 곧 마음을 바꾸는 일임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의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힘을 제대로 성찰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유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레시피까지 있으니 동화 속 요리를 직접 해보면서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다면, 자신만의 이야기와 색다른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내면 금상첨화입니다.
외부의 강요보다는 내적 동기가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읽으며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게 될 거예요.
급식이라는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키니 판타지 속 사건들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익숙한 공간 속 낯선 전개가 재밌습니다. 고전 동화 속 마녀와 요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계굴희 선생님 캐릭터도 매력 있습니다.
말버릇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학급 내 언어문화 개선이나 친구 관계 향상을 위한 독서 토론 자료로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