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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편안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 이 정도의 편안함은 언젠가부터 기본값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전 인류 역사상 가장 편안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안함의 습격>은 이 편안함이야말로 우리 삶을 좀먹는 가장 교묘한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이스터는 수년간 불편함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추적하며 현대인이 잃어버린 생존 본능과 불편함의 가치를 들여다봅니다.
알래스카 오지에서 33일간 순록 사냥이라는 극한 체험을 감행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 책은 그의 체험을 중심축으로 하되 진화심리학, 뇌과학, 운동생리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횡단하며 너무 편한 삶의 불편한 진실을 전합니다.
목차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나타납니다. 죽지 않을 정도의 고생을 해봐야 한다, 따분함을 즐겨라, 배고픔을 느껴라, 매일 죽음을 생각하라, 짐을 날라라.
산업화 이후 인간은 편리함이라는 목표 아래 각종 기술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점점 불편을 회피하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편안함의 습격>은 우리가 피하려 하는 불편함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뇌는 본래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발달해왔으며 약간의 불편함은 오히려 창의력, 인지능력, 회복탄력성을 자극한다는 것이 신경과학계의 중론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편안함은 오히려 뇌를 과소동원 상태로 몰아넣고 있으며 집중력 저하와 무기력, 만성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이 책의 백미는 알래스카에서의 체험기입니다. 인터넷도 일정도 인공조명도 없는 야생에서의 삶은 저자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습니다. 매 순간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식량 확보와 생존에 신경 써야 하는 시간 속에서 그는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되찾게 됩니다. 불편함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입니다.
알래스카의 33일은 우리 모두가 지닌 생존 본능을 깨우는 의식 같은 장면입니다. 저자는 원시적 활동이 인간의 DNA에 새겨진 감각을 되살리더라고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육체적 한계를 느낀 게 언제인지 묻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끔찍할 정도로 두려워한다. '편안함에 의한 잠식'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을." - 책 속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허약함은 실패와 불확실성에 무감각해진 데 있다고 합니다. 매년 한 번은 확실히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극한 도전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같은 도전은 뇌와 몸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실패가 허용되는 공간에서 오히려 자존감을 높이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되찾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편안함은 단지 정신적 문제만 유발하지 않습니다. 신체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현대인은 단축된 수명, 각종 대사 질환, 만성 통증에 직면해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서의 사냥 여정 동안 저자는 하루 종일 걷고, 무거운 것을 들고, 실제로 생존을 위해 신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인간의 몸이 지속적인 움직임을 위해 설계되었음을 깨닫습니다. 결국 일상 속 작은 불편함은 오히려 삶의 감각을 깨우게 됩니다.
지루함에 대한 회피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스마트폰이 항상 손에 들려 있는 시대, 우리는 단 몇 분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견디지 못합니다.
정보를 계속 소비하는 뇌는 단기 보상에만 반응하고 깊은 사고나 통찰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명상, 산책, 사색은 그래서 더욱 절실합니다. 약간의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이 결국 창의성과 정신적 안정성의 관건입니다.
저자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은 고통에 대한 내성, 불편함을 통제하는 힘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정서적 내구력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불편함이라는 낯선 영역에서만 다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작은 불편이 삶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전략임을 깨닫게 됩니다. 편안함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단지 무디게 할 뿐입니다.
현대인의 끝없는 편안함 추구가 우리를 망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건 의도적 불편함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편안함의 습격>.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천 가능한 조언과 함께 알래스카 오지에서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