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너와 나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덕목
엄성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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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냉소가 일상화된 시대에 어른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엄성우 교수가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응답하는 책입니다. 도덕 교과서를 넘어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인생 지침서입니다.


도덕 선생님들의 선생님이라 불리는 저자가 친근한 문체로 일상의 고민을 끌어안고 천천히 사유해볼 수 있도록 돕는 형식이 매력적입니다. 겸손, 감사, 효, 신뢰, 정직이라는 다섯 가지 덕목은 고리타분한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수많은 고민과 딜레마에 대한 실천적 안내입니다.


도둑질도 거짓말도 나쁘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윤리적으로 그릇된 선택을 합니다. 저자는 덕목을 '안다'는 것과 덕목을 '실천한다'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익숙한 단어일지라도 그것의 철학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삶에서 길을 잃기 쉽다는 겁니다.





겸손이란 덕목은 겉으로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할지를 결정짓는 내면의 태도라고 합니다. 겸손을 예의의 문제로만 환원하는 순간 그것은 오히려 자기비하나 위선으로 왜곡될 수 있는 겁니다.


"겸손은 자기 비하와 오만 사이의 중용이다.- p19


결국 겸손은 자신 있게 고개 숙일 수 있는 힘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아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겸손과 자존감의 관계입니다. 건강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겸손이 형성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탁월함을 숨기기 위한 가식도,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진짜 겸손은 아닙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윤리적 자세로서의 겸손, 저자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그려냅니다.


"감사는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존재에 대한 마음의 표현이다." - p47


감사는 단순히 특정 행위에 대한 보답을 넘어서, 타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이자 삶에서 외로움을 덜어내는 정서적 행위라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를 통해 인간관계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그 섬세함이 곧 성숙한 인격의 증표가 됩니다.


저자는 감사의 실천에서 무엇이 지나친 감사이고 모자란 감사인지, 상황에 따른 분별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좋은 의도로 행동했다고 가정하는 태도를 뜻하는 호의 추정의 원칙이야말로 불신의 시대에 중요한 태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효에 대한 담론은 늘 논쟁적입니다.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서는 전통적인 효의 개념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가족관계에 걸맞은 관계적 덕목으로서의 효를 재구성합니다. 일방적인 순종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쌍방향적 관계로서의 효를 뜻합니다.


부모가 부모다움을 갖추지 못했을 때 자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무조건적인 순종도 반항도 아닌, 공감과 거리두기 사이의 균형 감각을 강조하는 저자의 조언이 와닿습니다.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성숙해진다는 깨달음을 일깨워줍니다.


신뢰 덕목은 단순히 믿는다는 말보다 훨씬 복잡한 개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신뢰를 위험 감수적 행위로 봅니다. 상대방이 그 믿음을 저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 채 믿음을 주는 겁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신뢰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겁니다.


고대 그리스의 피디아스와 다몬 이야기부터 오늘날의 인간관계까지 신뢰에 얽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덕목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과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한 실천적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직 덕목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 타인을 속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정직은 상대의 판단력을 존중하는 윤리적 실천인 셈입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헛소리는 그 자체로 자기도 속고 타인도 속이게 만듭니다. 이제는 AI도 헛소리를 하는 세상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정직한 태도를 유지하기란 그만큼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철학이 일러주는 어른다움의 윤리학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고리타분할 수 있는 윤리학을 우리 일상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다섯 가지 덕목은 외적 행동 이전에 내면의 태도를 가꾸는 일입니다. 엄성우 교수가 제안하는 어른다움은 실천 가능한 윤리이며 삶의 본질적인 무게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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