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소나타 - 정신분석학이 결혼의 여러 가지 고민을 언어의 의미로 연주하다
강인경 지음 / 북보자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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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음악적 구성으로 완성된 결혼 심리학의 새로운 접근 <결혼 소나타>. 결혼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주제를 소나타 형식으로 풀어냈다니 과연 어떤 선율을 들려줄까요? 음악을 전공한 강인경 저자가 5년간의 정신분석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이 책은 결혼의 모든 단계를 4악장으로 나누어 사계절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전개합니다.


윤정나봄신경정신분석연구소에서 임상정신분석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내담자들의 결혼 갈등을 지켜본 저자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메커니즘을 포착했습니다. 각 주제마다 들려오다 - 보여지다 - 바라보다 - 살아가다 - 살아지다 - 느낌하나 6단계로 나누어 정신분석의 치료 과정을 반영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성찰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합니다.


'들려오다'에서는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여지다'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게 하고, '바라보다'에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살아가다'에서는 실천적 방안을, '살아지다'에서는 철학적 의미를, 마지막 '느낌하나'에서는 개인적 깨달음을 다룹니다.





첫 번째 악장인 '봄'에서는 낭만, 연애, 비혼, 결혼이라는 네 개의 테마로 사랑의 시작을 다룹니다. 비혼을 결혼의 대립 개념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로 바라봅니다. 낭만의 단계에서는 사랑의 환상과 이상화 과정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합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투영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니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연애 단계에서는 두 개인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역학을 분석하며 건강한 관계를 위한 조건들을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악장 '여름'은 결혼 생활의 현실을 다룹니다. 학력과 연봉, 성공과 실패, 스트레스와 중독, 성격 차이 등 부부들이 직면하는 핵심적인 갈등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이 문제들을 표면적인 현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동기를 파헤칩니다.


학력과 연봉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조건의 차이가 아니라 자존감과 사회적 인정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부부 간의 학력이나 소득 격차가 어떻게 권력 관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부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성공과 실패라는 주제에서는 부부가 각자의 성취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룹니다. 상대방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은밀한 질투나 열등감을 느끼는지 이런 감정들이 어떻게 관계를 침식하는지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세 번째 악장 '가을'에서는 결혼 생활의 성숙기를 다룹니다. 임신과 출산, 양육이라는 주제는 부부에서 부모로의 정체성 변화를 의미합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관찰합니다. 비혼을 결혼의 반대로 보지 않듯 이혼을 결혼의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선택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이혼은 때로는 개인의 성장과 치유를 위한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의 본질도 탐구합니다. 자녀를 자신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자녀에 대한 소유욕을 성찰하게 합니다.


마지막 악장 '겨울'에서는 결혼 생활의 궁극적 질문들을 다루며 철학적 깊이를 더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행복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정신분석학적 통찰로 풀어냅니다. 결혼 생활의 유한성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죽음을 앞둔 부부들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현재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다룹니다.


전통적인 결혼 제도의 틀에 갇혀 있던 사고를 확장시켜 개인의 선택과 성장을 중시하는 현대적 관점을 반영한 <결혼 소나타>. 결혼을 의무나 사회적 성취가 아닌 개인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바라보게 합니다.


정신분석가 윤정 선생님의 감수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30년간의 임상 경험과 3,000명의 환자, 100명의 제자를 통해 축적된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론적 배경과 실제 경험이 조화를 이루어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 결혼, 그 아름다운 선율 속에 숨겨진 불협화음까지 치유하는 정신분석학적 소나타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사랑의 환상에서 현실의 지혜로, 상처에서 치유로 이끄는 결혼 생활의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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