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 도전과 모험을 앞둔 당신에게
김재철 지음 / 콜라주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창업주 김재철 회장. 수산업계와 금융업계를 아우르는 거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발점은 바다였습니다. 원양어선의 무급 실습 항해사로 시작했습니다. 매 순간 죽음을 곁에 둔 바다에서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자화자찬 성공기가 아닙니다.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은 인생철학과 경영 지혜가 담겼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답을 찾아나간 한 사람의 집요한 생존기이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도전의 선언문입니다.
김재철 회장은 인생의 모든 갈림길에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고백합니다. 일부러 어려운 길만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편한 길로 갈 힘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미 경쟁자가 포화 상태인 편한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찾았던 겁니다. 그 선택은 역설적으로 가장 실용적인 길이었습니다.

김재철 회장은 몸으로 부딪혀 얻은 경험과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서울대 대신 수산대를 선택하고 졸업 후 안정적인 항해사 자격을 포기하고 무급 수습 선원을 자처하며 몸으로 직접 어업 현장을 익히기로 결단합니다. 어업에서는 이론보다 실습, 학위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첫 번째 인생 원칙을 발견합니다. 기회는 물고기처럼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머뭇거림 없이 포착해야 합니다. 이 판단력은 바다에서 생사의 순간을 수없이 겪으며 단련된 그의 제2의 본능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회장의 두 번째 원동력은 호기심이었습니다. 알고 싶어 하는 수준을 넘어 호기심을 진정한 허기로 표현합니다. 배고픔이 음식을 찾게 하듯 지적 허기는 끊임없이 지식과 경험을 향해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의 호기심은 삶의 방향을 트는 동력이자 위기에서 길을 여는 나침반이었습니다. 호기심은 창의성으로 이어졌고, 사업 아이템 선정부터 조직 운영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산업체가 증권사를 인수하고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배경에는 이처럼 규칙을 의심하고 경계를 넘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사고가 자리합니다.
독서 철학 또한 호기심과 연결됩니다. 책을 정보를 얻는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의 보고로 활용했습니다. 왜 읽는가와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독서의 목적과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김재철 회장의 세 번째 성공 요인은 열정입니다. 열정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닌, 조직과 사회를 위한 일에서 진정한 열정이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 열정은 구체적인 보상 체계로 이어집니다. 동원그룹과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직원들의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을 실현했습니다. 직원이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그가 말하는 열정의 온도를 유지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성과에 대한 인정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조직 전체의 열정을 끌어올린 겁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재철 회장이 도전만큼이나 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인식하고 과감히 물러설 줄 아는 지혜를 가르쳐 줍니다.
"깊이 생각하고 나서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면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도전에 앞서 '어느 정도 손실이 나면 과감하게 접는다'는 자신과의, 그리고 타인과의 약속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p88)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도전과 포기의 균형을 배웁니다. 실패의 한계선을 미리 정하고 그 선을 넘어서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무모한 도전보다 전략적인 철수가 때로는 더 큰 지혜일 수 있습니다.

김재철 회장은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습니다. 원양어업과 수산물 가공으로 시작했지만 물류, 축산, 가정간편식, 2차전지 소재 부품과 증권업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다각화 전략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의 산물이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다이내믹한 포트폴리오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의 체질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날 기업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도전의 방식과 대상을 유연하게 변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혁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현업 드리머(Dreamer)라고 일컫습니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실행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도전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열정으로 이어진다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실행하고 탐구하고 실행하다 보니, 도전이 도전을 낳고 습관이 됐을 뿐이다. 그 습관을 남들은 열정이라고 불렀다." - p23
가슴 뛰는 삶의 비결을 만나는 시간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아흔을 넘긴 고령에도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김재철 회장의 이야기가 멋집니다. 실패 공포 시대에 꼭 필요한 심리적 백신입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은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