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없는 삶 -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날 용기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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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브랜드 없는 삶이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세상의 모든 물건은 제조사의 브랜드를 달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 고명한 작가의 <브랜드 없는 삶>. 이 책은 단순히 브랜드 없는 삶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따라가고 있는 소비의 방향이 과연 나의 진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묻습니다.


자크 라캉의 이론을 빌리자면,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임을 짚어줍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 욕망의 파이프라인이자 상징과도 같습니다. 더 갖고, 더 보여주고, 더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명한 저자는 브랜드가 어떻게 우리의 욕망을 조종하는지 파헤칩니다. 흥미로운 것은 '클래식과 명품은 같은 말일까'라는 질문입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값비싼 명품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경쟁심이 교묘하게 분석됩니다.


또한 '우리 삶에서 외모 이야기가 사라진다면' 꼭지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미용 산업의 메커니즘을 해부합니다. "여성들이 노화를 긍정하고 대단할 것 없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게 되면 거대한 미용 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는다"라는 문장은 산업이 결점을 어떻게 조작하고 소비를 유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래 쓸 수 있게 더 좋아진 물건들이 오히려 더 빨리 버려지는 현실. 브랜드가 만든 끊임없는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들의 심리적 욕구 조작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결점 생산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비롯된 자기 검열과 소외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소비를 이끄는지 설명합니다. 물건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됩니다.





'하차감'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즉, 차에서 내렸을 때의 멋을 위한 소비—를 말합니다. 오늘날 소비는 점점 더 실용성보다 상징 자본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기능과 가성비를 열심히 따지면서도 결국 우리를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마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브랜드는 우리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과 허상을 깨워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해 소비자가 찾던 제품으로 각인시킵니다.


<브랜드 없는 삶>은 소비 절제나 미니멀리즘을 넘어 비움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비움과 수용, 자아 회복의 단계를 통해 브랜드에 잠식된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필요와 불필요를 분리할 줄 알며 자신의 객관적 현실과 욕구 사이의 격차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것, 욕구를 통제하면서도 별 노력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간소한 삶이라고 합니다.


'숲을 거니는 사람과 숲의 나무를 베는 사람'이라는 비유를 통해 저자는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비교합니다. 숲을 거닐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숲에서 가치 있는 목재만 찾아 베어내는 사람. 브랜드에 매몰된 삶은 후자와 같습니다. 모든 것을 소유와 가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겁니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조차도 브랜드화되는 현실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제품을 사기 위해 기존 물건을 버리고, 미니멀리즘 관련 책과 용품을 사들이는 모순적인 행동을 우리는 반복합니다. 진정한 비움은 소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을 던집니다.


저자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진짜 욕망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제안합니다. 상실을 받아들일 용기는 우리가 물건과 함께 잃어버린 감정, 기억, 자아를 어떻게 다시 복원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며 물건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상징하는 관계와 추억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브랜드나 시장 가치와는 무관한, 정말로 소중한 가치 말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즉 '상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정직한 고백 그리고 날카로운 인식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 일상의 소비, 태도, 관계를 비추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끔 합니다. 소유보다 사유, 브랜드보다 존재를 증명하는 여정은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내적 여정입니다.


<브랜드 없는 삶>은 타인의 욕망에 잠식된 우리를 위한 나다움 회복 처방전과도 같은 책입니다. 내가 소유한 브랜드가 아닌, 내가 선택한 가치로 삶을 채워가는 용기를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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