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정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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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그리스 신화, 그 방대한 이야기를 단 한 권에 모두 담아낸 <그리스 신화: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서양 문명의 뿌리를 만나보세요. 가볍게 읽히면서도, 얕지 않은 그리스 신화 입문서입니다.


등장인물만 3천여 명, 완성되기까지 800년이 걸린 이 복잡한 신화를 단 42개의 핵심 에피소드로 압축했습니다. 게다가 각 이야기의 배경과 의미를 쉽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가계도와 관계도를 정리한 부분은 복잡한 신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화, 게임, 문학 작품에 수많은 그리스 신화의 모티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올드보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키 17〉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현대 콘텐츠가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와 표현들이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아킬레스건은 영웅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발꿈치에서, 에코는 메아리의 요정 에코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요일 이름, 행성 이름, 별자리 이름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그리스 신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융의 나르시시즘 등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에서 이름을 따온 개념들입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는 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을까라는 질문으로 던집니다. 그 답은 바로 보편성입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정신이 그리스 신화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문화가 달라도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 욕망, 고뇌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이런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있기에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정본이나 원전은 있을까라는 질문도 흥미롭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특정 작가가 쓴 단일 작품이 아닙니다. 수백 년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여러 시인과 작가들에 의해 기록된 집합적 문화유산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등이 중요한 원천 자료이지만, 이것만으로 그리스 신화 전체를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의 시작과 신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카오스(혼돈)에서 시작되어 가이아(대지)가 등장하는 창세신화로 시작합니다. 창조신 카오스와 가이아 이야기는 세계 여러 신화의 창조 이야기와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크로노스가 두려워한 불길한 예언은 그리스 신화의 중요한 모티브인 운명과 세대교체를 다룹니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에 의해 왕위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자식들을 삼켜버렸지만, 결국 제우스에게 패배하게 됩니다. 인간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그리스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티탄 신족 vs 올림포스 신족의 전쟁 이야기는 마치 현대의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티탄 전쟁)를 통해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올림포스 신족이 승리하면서 새로운 신들의 시대가 열립니다.


인류의 창조와 관련된 인류의 구세주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간을 위해 신들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 형벌을 받게 됩니다. 인류 문명 발전의 시작을 상징하면서도, 신에 대한 도전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재앙과 희망을 불러온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판도라의 상자'라는 관용구로 남아있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연 판도라로 인해 세상에 온갖 재앙이 퍼졌지만, 상자 바닥에 남은 희망은 인간에게 위로가 됩니다. 저자는 판도라가 열었던 상자에 남은 희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희망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올림포스 12신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아테나, 아폴론, 아프로디테 등 개성 넘치는 신들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신의 형태로 투영한 것입니다.


결혼과 가정의 여신인 헤라가 바람둥이 남편 제우스 때문에 겪는 고통과 복수의 에피소드도 참 많지요. 제우스는 왜 자꾸 바람을 피울까라는 저자의 질문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최고신인 제우스의 끝없는 여성 편력은 단순한 바람기가 아니라, 신화가 창작되던 시대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권력의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인을 암소로 둔갑시킨 제우스와 에우로페를 유괴한 제우스 이야기는 제우스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영웅들이 태어나게 되는데, 그리스 각 지역의 영웅 설화와 신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반신반인 영웅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은 신적인 능력과 인간적인 한계를 동시에 가진 존재로,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신이 아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인간이 아니기에 경이로운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런 경계인의 서사는 오늘날 슈퍼히어로 서사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은 가장 유명한 그리스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입니다.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헤라의 미움을 받았지만, 놀라운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들을 완수하며 신이 된 헤라클레스의 모험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오이디푸스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의 대표적인 주제인 인간과 운명의 관계를 다룹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그리스인들의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트로이 전쟁 이후의 이야기인 키클롭스의 동굴, 마녀 키르케의 무시무시한 요리, 뱃사람을 홀리는 세이렌 등은 오디세우스(로마식으로 율리시스)의 10년간의 귀향길을 다룬 『오디세이아』의 주요 에피소드들입니다. 지혜와 꾀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인생의 여정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는 왜 바다를 건너는 모험 이야기가 많을까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지중해의 섬과 반도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과 해상 무역이 발달했던 역사적 배경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바다는 그리스인들에게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공간이었고, 이것이 신화에도 반영된 겁니다.


신화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도 소개합니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 궁전 터,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올림포스산, 트로이의 고고 유적 등을 통해 신화와 역사의 연결점을 보여줍니다.


서양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고, 현대 문화에 숨겨진 신화적 모티브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인간의 본질과 욕망, 갈등과 화해의 패턴을 통해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지혜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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