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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마음속에 기르다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 지음, 한서형 향 / 존경과행복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집에서 향기가 나는 독특한 책, 향기시집. 풀꽃시인 나태주 시인과 한서형 향기작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마음 향기시집 시리즈는 오감으로 경험하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합니다. 이번엔 '소망'을 주제로 한 시가 가득 모였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희망의 씨앗을 심는 <소망 마음속에 기르다>. 감각의 문을 열어 마음속 소망을 피워내는 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따스한 시어와 한서형 향기작가의 섬세한 감각이 어우러졌습니다. 전작 『사랑 아무래도 내가 너를』에 이어 시각을 넘어 후각으로도 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시집의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망이자 절실한 당부처럼 느껴집니다. '기르다'라는 동사에 주목해 보면, 소망이란 그저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성껏 가꾸고 보살펴야 하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마치 작은 씨앗 하나를 정성껏 심고 물을 주며 햇빛을 받게 하듯, 우리의 소망도 일상에서 끊임없이 돌보고 키워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자라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합니다.

소망과 관련한 시가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이토록 소망을 많이 이야기했었다니. 나태주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전작 사랑에 이어 소망까지 주제별로 그의 시를 한가득 모을 수 있습니다.
소망을 이야기할 때 그 이면에는 좌절, 실패의 감정이 한편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소망하게 되니까요. 책의 1부 '살아있음은 힘이 세다'에서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응원이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밥을 먹어야 하고/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무엇보다도 소망의 끈을/놓치지 말아야 한다/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서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붙드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화가 나시나요/오늘 하루 실패한 것 같아/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시나요/그럴 수도 있지요/때로는 자기 자신이 밉고 싫어질 때도 있지요/그렇지만 너무 많이는/그러지 마시길 바라요"라는 구절이 있는 「실패한 당신을 위하여」 시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피로와 좌절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북돋우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살아있음이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이며, 오늘이 있기에 내일의 소망도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2부 '이런 상상 이런 꿈'에서는 나와 타인을 위한 간절한 소망과 기도가 시어로 피어납니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네 가슴에 별 하나/숨기고서 살아라/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네가 별이 되어라."라는 「너는 별이다」구절은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라는 따뜻한 응원을 담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꿈을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별이라는 상징을 통해 각자가 지닌 고유한 빛과 가치를 짚어주고, 그것을 잃지 않고 키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소망의 실현임을 알려줍니다.
시인의 소망은 단순히 개인적인 바람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함께하는 동행의 여정으로 확장됩니다. 새봄, 별, 꿈, 희망 등의 키워드를 통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3부 '하늘빛 상상력'에서는 구체적인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를 만나게 됩니다. "무엇을 걱정하며 무엇을 슬퍼하며/무엇을 주저하느냐/기쁨의 강물 위에 너의 마음을 맡겨라/소망의 강물 위에 너의 마음을 맡겨라."라는 「기도 시간」의 구절은 걱정과 슬픔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기쁨과 소망에 자신을 맡기라는 지혜를 전합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들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는 소망과 기쁨의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라는 실천적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새싹 돋아 푸르고 꽃이 피고/어우러져 녹음되기도 한다/이것이 바로 희망/이것이 바로 사랑/그것을 믿어야 한다."라는 「믿어야 한다」 시에서는 자연의 순환처럼 소망도 결국 피어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을 강조합니다. 믿음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소망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4부 '흰구름보며 빈다'에서는 직접 자신의 소망을 적어볼 수 있는 '이루게 하여 주소서' 페이지가 있습니다. 소망의 씨앗을 심어보세요.
한서형 향기작가는 이 책을 위해 특별히 탄생한 향의 창작 과정과 그 의미를 소개해 줍니다. 이번 향기는 제가 애정하는 록시땅 버베나 샤워젤 향기의 첫 느낌이 나서 향을 맡자마자 정말 좋았습니다.
"봄이 가까워지면 땅은 폭신해지고 빛은 마치 묘기를 부리듯 반짝입니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에 아지랑이가 춤추는 어느 날, 파릇한 싹이 처음 돋아나는 그 순간의 설렘을 담고 싶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샘솟으니까요."라는 향기작가의 글에서 이 책의 향이 담고자 하는 감각적 경험의 본질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서형 향기작가는 씨앗 향료의 달큼함과 신선한 풀내음, 촉촉한 흙내음을 배경으로 시트러스 노트가 어우러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망 씨앗 향'을 만들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후각적으로도 소망의 생동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소망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영차영차 힘을 내었으면 하는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기 좋은 시집 <소망 마음속에 기르다>. 소망의 씨앗을 심고 가꾸도록 돕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