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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니어존 -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게 된 우리
구정우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뚜렷해지는 노인 혐오와 세대 갈등을 다루는 책 <노시니어존>. 현대 사회에서 노인이 어떻게 배제되고 있는지를 분석하며,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의한 일곱 저자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티앤씨재단의 콘퍼런스를 기반으로 한 책입니다.
단순히 감정적 호소에 그치지 않고 사회학, 영화학, 복지학, 정신건강학, 경제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의 시각으로 세대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노인 혐오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과거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경제적 생산성이 떨어지는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겪는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노인은 연금과 복지 혜택을 받는 존재로 보이며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노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으로 ‘진상 노인’, ‘꼰대 문화’, ‘세대 착취’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는 노인 혐오적 언어와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포함된다.
‘노시니어존’이라는 말은 주로 카페, 음식점, 대중교통 등에서 노인을 거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여러 사례를 들어 노인이 어떻게 배제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정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노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노인을 배척하는 분위기, 젊은 층이 주도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노인에 대한 비하가 만연한 상황 등을 분석하며, 단순한 개인적 갈등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배제의 이면에 있는 감정을 살핍니다. 젊은 세대는 노인을 특권층으로 여기며 불만을 품지만, 정작 많은 노인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반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 〈플랜 75〉는 75세가 되면 정부가 노인의 '존엄한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렸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부양 부담이 심각해질 때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 사회 역시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고, 노인 빈곤율 또한 매우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을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로 접어들었습니다. "빼앗긴 나라는 되찾을 수 있어도 소멸한 나라는 되찾을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고령화가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세대 갈등을 줄이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일본과 유럽의 사례를 들며 초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비교 분석합니다. 일본에서는 ‘액티브 시니어’ 개념을 도입해 노인을 노동 시장에서 배제하지 않고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세대 통합형 주거 모델을 실험 중입니다.
<노시니어존>은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하면서, 궁극적으로 공감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에서 '老 see:near zone'으로, '올에이지존(All Age Zone)'으로의 전환입니다. 특정 세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노인 혐오가 단순한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세대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회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서로를 배척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의 젊은이는 미래의 노인이며, 우리 모두는 현재의 노인이거나 미래의 노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이 책의 부제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게 된 우리'는 노인 혐오가 결국 자신의 미래를 미워하는 자기혐오의 한 형태임을 시사합니다.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를 존중하는 일입니다. '노시니어존'에서 '올에이지존'으로, 미래의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한 대안책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