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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기획합니다 - 기획자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씽킹
박승원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많은 기획자들이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심리학 법칙들을 나열하며 "이렇게 하면 사용자가 이렇게 반응한다"라는 식의 '심리술' 관련 콘텐츠들이 넘쳐납니다.
범죄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UX 기획자로 활동하는 박승원 저자는 이런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은 심리학을 마법의 치트키처럼 여기는 관점을 바로잡고, 진정한 심리학적 사고방식으로 기획에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단순한 심리 법칙의 나열이 아니라, 기획자가 심리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안겨줍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경험을 설계하며,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의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심리학에 대한 세 가지 오해가 재미있습니다. 첫 번째 오해 "심리학은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에서는 프로이트식 정신분석만이 심리학의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심리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인간 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임을 강조합니다. 마치 물리학이 자연현상을 연구하듯,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겁니다.
두 번째 오해는 "심리학은 거스를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라는 것입니다. '○○○ 법칙: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반드시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개별 경험이 이루어지는 작동 원리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심리학 연구결과는 특정 조건에서 관찰된 경향성일 뿐, 모든 상황에 무조건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날씨 예보와 비슷합니다. 과거의 데이터와 현재 상황을 분석해 예측은 할 수 있지만, 100% 확실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세 번째 오해는 "심리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라는 것입니다. 심리학의 진정한 가치는 문제 해결 그 자체가 아닌,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고 접근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획자들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으로 기획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알려줍니다. 사용자 분석을 위한 관점, 경험 분석을 위한 관점,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획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용자들을 유형화하는 겁니다. "기획자는 데이터와 친해져야 할 일이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직관이나 경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사용자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서비스 인지도 조사를 할 때 단순히 '얼마나 알고 있나?'가 아니라, '한 번 사용자 vs 반복 사용자', '인지만 하고 미사용자 vs 완전 미인지자' 등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해야 더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인지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뇌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으며 완벽함보다 효율성을 추구합니다."라고 짚어줍니다. '제한된 합리성 이론'을 예로 들며, 사용자들이 항상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쇼핑몰 UI에서 MD 추천 같은 큐레이션 기능으로 구현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존의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당연한 것을 의심할 때 관성이 깨지고 자신만의 방식이 정립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모두를 위한 UX'에 대한 저자의 관점입니다. 평균에 대한 함정을 짚어주거든요. "정규분포 속 평균은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지만, 모두와 조금씩 닮았습니다. 모두와 닮았기 때문에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평균의 사용자를 가정하고 설계하다가는 모두를 위한 UX보다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위험한 UX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평균적인 사용자를 타게팅 하는 것보다, 다양한 극단값을 포용하는 기획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기획자를 위한 경험 분석 체크리스트를 통해 체계적인 사고방식과 접근 프로세스를 직관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심리술이 아닌 심리학으로, 기획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학으로 기획합니다>. UX 기획의 새로운 무기, 심리학적 관점으로 무장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