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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 선집은 총 3부작으로 기획되어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이어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까지 현재 출간된 상태입니다.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수필 스타일을 확립한 윌리엄 해즐릿. 현대 에세이의 모범이 된 해즐릿의 통찰력 있는 글쓰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인간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깊이 파고드는 사유의 기록이자, 시대를 초월한 통찰력을 선사하는 명징한 문장들의 향연입니다. 해즐릿은 권력과 예술, 인간 심리, 사회적 위선 등 7가지 주제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조지 오웰과 더불어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에세이스트로 평가받는 그의 글은,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며 깊은 철학적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을 논하면서도 철저하게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직시했고, 급진적 공화주의자로서 사회의 모순과 권력의 속성을 가차 없이 비판했습니다. 논쟁적이고 격렬하며 한 치의 타협도 없는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입니다.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는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두려움과 불안을 조명합니다.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는 가난을 두려워한다."라며 미술가들이 부와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을 분석합니다.
왕립 예술원 회원들과 가난한 예술가들의 대조를 통해 예술과 자본의 상관관계를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가들은 순수함과 독창성을 기대감을 강요받으며,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현실이라는 모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서는 우리가 동경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기대와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종종 멀리 있는 것에 대해 환상을 가지며, 가까운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깁니다. 여행, 사랑, 성공 등 여러 측면에서 드러납니다. 해즐릿은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지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은 권력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폭군은 별로 없는가?"라고 말하며 권력자들이 권력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탐구합니다.
"왕들은 인생의 머저리들이다."라고 단언하는 장면도 놀랍습니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권력에 더욱 집착한다고 합니다. 권력을 잃으면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즐릿은 인간 본성의 이기심과 연결하며 정치와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보여줍니다.
해즐릿은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였으며,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고 보수적인 영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자유가 최고시다' 마인드 소유자라고나 할까요.

「패션에 관하여」 글도 재미있습니다. "고상함과 상스러움은 너무너무 가깝다. 그 간격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패션을 사회적 지위와 허영의 상징으로 분석합니다.
상류층이 보여주는 우아함이 사실은 쉽게 모방될 수 있으며, 진정한 품격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 소비문화와 SNS 시대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입니다.
그 외에도 성공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와 선택의 문제임을 역설한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 권력과 아첨의 관계를 신랄하게 분석한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까지 지금 읽어도 공감되는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마지막 글 「사형에 관하여」에서는 사형제도의 본질과 그 부조리를 논합니다. 형벌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위선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형제도의 윤리적 문제를 다룹니다.
작가가 옛날 사람이라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면 꽤 색다른 감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유시민 작가가 저 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비평을 펼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해즐릿의 날카로운 문장 속에서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