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 프로메테우스의 꿈과 좌절
테리 이글턴 지음, 박경장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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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계적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이 들려주는 마르크스의 이야기는 기존의 딱딱하고 난해한 마르크스 해설서와는 다릅니다. 재치 있는 문체와 현대적 관점으로 마르크스를 재해석한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Why Marx Was Right>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마르크스의 통찰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마르크스주의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화범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교활하고 지략이 있다고 해서 소방 활동이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이 더욱 첨예화되는 시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을 다룹니다. 20세기 후반 냉전의 종식과 함께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테리 이글턴 저자는 이러한 선언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성급한지를 지적하며, 오히려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순이 더욱 심화됨에 따라 마르크스의 사상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지속적인 위기를 내포한 체제이며, 마르크스는 이를 가장 철저하게 분석한 사상가였던 겁니다. 저 역시 공산주의와 연결된 어렴풋한 느낌적 느낌으로만 알고 있었던 마르크스주의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봅니다.


마르크스주의를 경직된 이론적 체계라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마르크스가 고정된 교리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분석적 도구를 제공했다고 짚어줍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서두를 '이제껏 나온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찬양'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르크스가 단순한 공산주의적 대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은 도그마가 아닌 ‘비판적 사고의 전통’에 가깝습니다. 이 점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특정한 시대적 정황에 따라 변형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는 겁니다.


마르크스의 요점은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가 도래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p.103


마르크스주의는 현실성 없는 이상론으로 취급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단순한 유토피아주의자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분석한 철학자였습니다.


단순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사회가 등장할 수 있음을 논증했던 겁니다. 마르크스 사상은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를 통해 달성 가능한 미래를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마르크스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반박은 마르크스는 경제가 중요하다고 보았지만, 인간의 의식과 문화, 사회적 관계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는 걸로 설명합니다.


인간이 경제적 조건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물질적 조건이 사상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유물론자는 정신적인 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 성취를 위해서는 일정한 물질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사람이다. p132


마르크스주의가 폭력 혁명을 옹호한다는 비판은 흔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폭력혁명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계급투쟁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사회가 필연적으로 변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고, 변화가 반드시 폭력적인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혁명은 어떤 대안이라도 현재보다 나아 보일 때 일어나는 법이다. p260






오늘날 환경 문제, 불평등, 자본주의의 위기 등을 고려할 때, 마르크스의 사상은 단순한 과거의 이론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회주의는 단순한 경제적 대안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발전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모순, 마르크스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생산이 잠재적으로 무한하다고 보는 반면, 사회주의는 이를 도덕적이고 미학적인 가치들의 맥락에 놓는다. 혹은 마르크스 자신이 『자본』 제1권에서 표현한 대로, “인류의 온전한 발전에 적합한 형식 아래” 놓는다." (p312)라는 구절은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주의 관점에서도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부제 '프로메테우스의 꿈과 좌절'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와 마르크스의 사상을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기술과 문명의 상징)을 가져다준 신화 속 영웅입니다. 인간의 발전과 해방을 위해 제우스에게 도전했고, 그 결과 영원한 고통의 형벌을 받게 됩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꿈은 마르크스가 꿈꾼 이상과 연결됩니다. 인류의 해방과 진보, 착취 없는 평등한 사회 건설, 인간의 잠재력 실현을 말이지요. 하지만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와 왜곡, 자본주의 체제의 강고한 지속, 혁명의 어려움과 부작용 등 현실에서 마주한 한계 때문에 결국 좌절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리 이글턴은 마르크스의 분석과 비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합니다. 환경, 젠더, 불평등...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마르크스의 통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불평등과 위기의 시대, 여전히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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